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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 (일)

[르포]"하루벌어 하루사는데…" 설 대목 앞두고 화마 덮친 '격포항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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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격포항수산시장 내 가게 11곳 전소

1억 7천여만 원 재산 피해…

상인 60여 명 피해 복구에 '진땀'

노컷뉴스

지난 21일 오후 11시 10분쯤 부안 변산면 격포항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가게 11곳이 전소하고 어패류 등이 폐사했다. 김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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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무얼먹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잿더미가 된 부안 변산면 격포항수산시장을 찾은 것은 23일 오후.

장화를 신은 상인 십여 명은 굳은 표정 속에 그을린 어패류와 수족관을 매만지거나, 진흙이 묻은 집기류를 닦아내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 21일 오후 11시 10분쯤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수산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가게 11곳이 전소하고 어패류 등이 폐사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흘렀지만, 이곳엔 가리비와 광어 등 폐사한 수산물이 어지럽게 널려있었으며, 바닥은 진흙과 유리 조각들로 가득했다.

다가오는 설날을 위해 평소보다 6배 많은 어패류를 들여온 상인부터 단골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하는 상인들까지. 모두 입을 모아 '너무나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15년간 이곳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가게 주인 이 모씨(52)는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모아놓은 돈도 없고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며 "너무나 막막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취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6개월 정도는 영업을 못 해 자식들 또 공과금까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로 약 1억 7천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수족관 배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가게마다 설치된 전기 수족관과 점포 인근 바닷바람이 불길을 키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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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인해 폐사한 활어 모습. 김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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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포항수산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 곳 상인들은 60여 명이다. 이들 모두 설 명절을 대비해 적게는 6배 많게는 10배까지 평소보다 많은 물량의 수산물을 들여왔다. 대부분 대출을 통해 어패류를 들여왔지만, 이번 화재로 어느 하나도 팔 수 없게 됐다.

상인 전 모씨(66)는 "(어패류가) 다 죽어서 팔 수도 없다보니 가슴이 아파서 잠도 오지 않는다"며 "장사해서 갚으려고 했는데, 빚만 늘었나게 됐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도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수산물 시장 설치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안군은 10억 원 규모의 영조물(땅 위에 지은 구조물 중 벽이 있는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보험을 통해 재해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격포항수산시장 상인회장은 "그저 단골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며 "앞으로 영업을 할 수 없는 우리 상인들에겐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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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포항수산시장 입구. 김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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