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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 (금)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검은 수녀들’ 전여빈 “영화에 투입된 수많은 노력…말 한마디에 책임감 느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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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이었던 송혜교와 한 작품서 연기해 영광”

유니아 덕에‘귀태(鬼胎)’에서 해방…밝게 웃어

헤럴드경제

24일 영화 ‘검은 수녀들’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여빈[매니지먼트mmm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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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연기를 잘하는 배우만큼이나 인터뷰를 잘하는 배우는 귀하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질문에 답하는 것은 배우 본인의 평소 성찰이 상당히 많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배우 전여빈이 공식석상과 인터뷰를 통해 조리있게 전하는 말들은 늘상 듣는 귀를 집중시킨다.

영화 ‘검은수녀들’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여빈은 “배우를 꿈꾸다 배우가 돼 생활하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은 텍스트를 받아들이고 실체화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표현하는 기량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전여빈은 ‘검은수녀들’에서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과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미카엘라 수녀로 분했다.

“처음 배우를 꿈꿨을 때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배우가 되고 나서 보니 한 작품 안에 너무나 많은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더라. 이 모든 노력을 대표하는 사람이 배우이니까, 말 한마디라도 좀 더 나은 표현을 해서 전하고싶은 바람과 책임감이 있다.”

이날도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는 말에 “작년 연말 ‘하얼빈’, 연초 ‘검은 수녀들’이 가까이 붙어 개봉하니 한 선배가 ‘영화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좋은 영화 두 편을 세상에 내놓다니 네가 참 부럽다, 응원한다’고 하셨다”며 “작품은 1, 2 년전에 끝났어도 지금은 관객에 향해 가는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강단있게 말했다.

영화 홍보차 출연한 방송과 유튜브에서 그는 매번 송혜교와의 같이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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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mmm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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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은 “제가 배우가 되기 전, 학창시절에 혜교 선배 작품은 웬만해선 다 봤다. 우상이었던 배우와 한 작품에서 직접 마주해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니, ‘그간 내가 얼마나 성장했나’하고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 안에서 유니아에게 점차 의지하게 되는 미카엘라가 되기 위해 억지스러운 노력없이도 그저 큰 나무같은 혜교 선배에게 기댈 수 있어서 의지가 많이 됐고, 그게 케미로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카엘라는 태어나면서부터 귀신 씌인 아이, ‘귀태(鬼胎)’라고 프레임 씌워진다. 살면서 ‘귀태’란 단어를 처음 들었는데, 정말 무시무시한 말이다. 진실한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는데 유니아가 ‘너도 제법이다’라는 식으로 인정해주니까 미카엘라가 신나게 타로카드를 펼치며 설명하지 않나. 전 그 순간이 미카엘라에게 ‘해제’의 순간이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아이처럼 해맑게 웃기로 했다.”

‘검은 수녀들’은 이처럼 톱스타 송혜교와 어느 순간부터 출연작마다 흥행하는 전여빈이란 두 여배우가 톱으로 나선 작품이다. 전여빈은 “이런 영화는 당연하지 않고, 또 사례가 많지도 않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관객분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아서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욕쟁이 다큐멘터리 감독, 영화 ‘낙원의 밤’에서 총을 든 킬러를 거쳐 ‘하얼빈’에서 꼿꼿한 여성독립투사를 연기한 데 이어 ‘수녀들’에서는 ‘전여빈 귀엽다’는 반응이 드디어 나왔다.

그는 “탕후루 장면이 다소 귀엽게 그려져서, 미카엘라의 모습을 잘 표현하면서도 환기가 됐던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이스크림이나 콜라 등 달디단 것들을 홀린 듯이 먹어치우는 것은 미카엘라가 영을 느끼고, 그것에 짓눌릴 때마다 어떻게 견뎌야 하지 몰라 그런 식으로 압박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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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영화 ‘하얼빈’에서의 공부인과 ‘검은 수녀들’의 미카엘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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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대미인 구마씬에서는 영리하게 움직였다. 그는 “이 때는 유니아와 희준(문우진 분)의 대결 속에서 미카엘라는 한 걸음 떨어진 상황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액션’이 아닌 ‘리액션’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여빈의 처절한 연기가 이어진다. 특히 종을 세 번 쳐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달려가면서 안쓰러울 정도로 여기저기에 부딪히고 깨진다.

그는 “빗속에서 많이 넘어져야 해서 무릎보호대를 차고 연기했다. 배우에겐 그런 카타르시스가 있다. 자기 신체를 다 내던져서 한 장면을 완성했을 때 오는 그런 쾌감”이라며 “촬영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후시 녹음을 할 일이 있어서 그 장면을 다시 보는데, 그 때의 감정이 올라와 울컥했다”고 말했다.

장면에 숨은 한가지 비밀이 있다면, 없는 종을 쳐야 했다는 것이다.

“천장에 줄이 하나 매달려있는게 전부였다. 종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래도 이 때가 영화 막바지에 찍은 것이라 제가 완전히 미카엘라와 유니아의 관계성에 마음이 많이 쏟아져 있던 상황이어서 이입이 어렵지 않았다.”

어느덧 믿고보는 배우가 된 전여빈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이 행운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집중해보려고 한다”고 나직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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