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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인우종합건설 추락사’ 현장소장 징역 1년…유족 “실형에 안도하는 현실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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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우종합건설 서울 마포구 건설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한 고 문유식씨의 다가오는 1주기와 현장 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맞아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화꽃다발 옆에 놓인 책상에는 문씨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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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유식씨(사망 당시 72세)가 서울 마포구 건설공사 현장에서 지난해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장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건설사에는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공사 금액 50억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기 5일 전 발생한 사고여서 건설사 대표는 기소를 면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23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박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는 건설사 인우종합건설에는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문씨는 지난해 1월22일 인우종합건설의 서울 마포구 근린생활시설 공사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는 바퀴가 달린 이동식 비계 위에서 미장 작업을 하다가 1.88m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 손상 진단을 받았고 일주일 뒤인 같은달 29일 숨졌다.

이날 오전 열린 선고 공판은 지난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의 여파로 기자를 포함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됐다. 유족에 따르면 재판부는 “안전모 지급, 착용, 안전 난간 설치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 인정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박씨의 법정 구속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대리인 손익찬 변호사는 “통상 초범은 실형이 선고되지 않지만 현장에서 간단한 안전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해 사과문 작성 외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현장 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인우종합건설에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문씨의 딸 혜연씨(34)는 “현장소장에게 집행 유예가 나올 것을 우려했는데, 실형이 나와 얼떨떨하다”며 “재판부가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줬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에게 전부였던 한 사람이 죽었는데도 고작 ‘징역 1년’ 처분에 안도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검찰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사고 당일 인우종합건설은 문씨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는 등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이동식 비계에는 안전난간이 없었다. 이 비계는 평평하지 못한 계단참 위에 설치됐는데, 이동 또는 전도를 방지하기 위한 아웃트리거(전도방지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인우종합건설은 사건 발생 후 유가족에게 보낸 사고 경위를 담은 사과문에서 “당일 영하 10도 이상의 한파와 관련된 사고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사측이 안전 조치 여부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씨와 30여년을 알고 지낸 한 동료가 ‘사고 이후 현장 소장이 안전모 지급 대장 및 안전 교육 이수에 관한 서류에 서명을 요구했다’고 가족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사측은 지난달 10일 결심공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유가족과 추모제 참가자들이 23일 고 문유식씨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포스트잇에 적어 손팻말에 붙여두었다. 이 손팻말은 문씨의 딸 혜연씨가 1심 선고 전 4주 동안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때 사용한 것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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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김용균재단 등 노동·안전 시민단체는 이날 1심 선고를 마치고 서부지법 인근인 서울 마포구 공덕소공원에서 다가오는 문씨의 1주기를 추모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책상에 흰 종이를 덮어 임시로 마련된 제단에 문씨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문씨의 부인과 장남, 그리고 혜연씨는 사진 앞에 국화꽃을 헌화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혜연씨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만 지켜졌다면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단계적 시행이 아니었더라면 사업주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텐데, 5일 차이로 사업주는 기소조차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은 세 가족이 1년 전 세상을 떠난 가장에게 쓴 추모의 말은 다음과 같다.

‘여보 보고 싶어요. 가셔서는 평안하세요.’

‘아버지 이젠 편히 잠드세요!’

‘아빠 사랑해. 그동안 고생 많았어.’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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