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왜 짓밟혔나] [1] 입법부의 입법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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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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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들어 과반의석(170석)을 앞세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거침없이 통과시켜왔다. 이런 입법 폭주를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이재명 대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장애물은 제거하기 위한 ‘위인설법(특정 개인을 위해 법을 만드는 것)’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법이 특정인의 사적·정치적 이익에 따라 다뤄지고 있다” “입법이 장난처럼 희화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발행 시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재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과 함께 대표적인 ‘이재명표 법안’으로 꼽힌다. 지자체의 재정 부담 여력에 따라 보조금 예산 신청액 일부를 정부가 감액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조기 대선 전 통과를 목표로 다시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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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
최종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던 법안들이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법 등에 대해 정부는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이 대표는 “식량 주권이 걸린 안보 전략”이라고 했다. 농촌 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양곡법은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안 된다’고 하다가 정권을 내주자 ‘해야 한다’고 돌아선 법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선거법 2심 판결을 앞두고는 ‘방탄용 법안’도 대거 발의했다. ‘반인권적 국가 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도 당론으로 정해 강행 처리했고,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수사기관의 증거 왜곡과 직권남용 등을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규정하고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증인에게 위증하도록 하고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법이 통과되면 이 대표 수사 관련자가 평생 공소시효 없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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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 민주당은 지난 21일 여론조사 업체 관리·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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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 이 대표 기소의 근거가 된 ‘허위 사실 공표죄’ 조항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박희승 의원 법안은 사실상 이 대표 유죄 근거 조항을 없애는 것으로, 법이 통과됐다면 이 대표 2심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피의자가 검사 기피 신청을 하도록 하는 내용, 검찰이 수감자 소환 조사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최근 발의됐다. 한 법조인은 “이재명 대표와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수사에 대한 불만에서 파생된 ‘보복성’ 법안들”이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밀리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여론조사 업체의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것도 이 대표로 귀결된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당 지도부는 비공개회의에서 최근의 여론조사 추이와 관련해 장시간 대책을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유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분석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민주당은 20일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최근 상대적으로 공신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갤럽,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이 문제 삼는 ‘민주당 하락세, 국민의힘 상승세’가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한 여론조사 업체 중 하나인 리얼미터 대표는 페이스북에 “과거 민주당이 높게 나올 때는 왜 그러한 지적이 없었는지 되묻고 싶다”라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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