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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5 (토)

미국 여권서 사라진 X…트럼프가 없애버린 ‘제3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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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별 항목에 남성 또는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X’을 표기한 여권.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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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권 신청서에서 ‘제3의 성’ 선택 항목이 사라지고, 남녀 항목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바뀌었다. 다양성 정책 폐기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령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엔비시(NBC), 시엔엔(CNN) 등은 여권 신청 때 성별을 남성 또는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엑스(X)’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절차가 없어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여권 등 정부 발급 신분 확인 서류에 성별이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변경”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엑스’는 성별 미지정 또는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다른 성별 정체성을 뜻한다. 미 국무부는 2022년 3월31일(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부터 여권 성별에 엑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앞으로 미국 정부 문서에선 ‘성별 정체성’(gender) 용어는 사라지고, 생물학적 ‘성별’(sex)이 쓰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사에서 “남성과 여성 두가지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소수자 보호 조치 등 ‘디이아이’( DEI, 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이하 다양성) 정책을 다른 차별로 여기며, 취임 뒤 폐기를 공언해 왔다. 해당 행정명령 발령으로 ‘학교에서의 트랜스젠더 청소년 지원’ ‘학교에서 반성소수자 괴롭힘에 맞서기:학생과 가족을 위한 자료’ 등의 가이드라인 문서도 철회될 방침이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성소수자 지원 법률 단체인 람다 리걸의 제니퍼 파이저 최고법률책임자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성별 표기 정책 변경을 지시한 행정명령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엔비시에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펜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우리(성소수자)가 하나의 공동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보호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변호사는 여권에 성별이 ‘엑스’로 표기된 사람은 재입국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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