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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집중투표제 막힌 고려아연… 당분간 MBK·영풍과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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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집중투표제 도입이 불발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MBK파트너스·영풍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K·영풍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기까지는 양측의 불편한 동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23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집중 투표가 아닌 일반 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 지난 21일 법원이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뽑아선 안 된다는 MBK·영풍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에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10명을 선임하면 주식 1주에 의결권 10개가 주어지고, 의결권은 특정 이사 후보에 몰아줄 수도 있어 MBK·영풍보다 지분이 적은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꺼낸 카드였다.

조선비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작년 11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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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12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1명은 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MBK·영풍 측은 14명, 고려아연은 7명의 이사 후보를 새로 선임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MBK·영풍이 추천한 후보 14명이 모두 선임되고 고려아연 측 후보가 모두 선임되지 않으면 고려아연 이사회에 MBK·영풍 측 이사는 15명이 돼 과반이 된다.

MBK·영풍 측 이사 후보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 상당수가 이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몇 명이 이사회에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 일부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하거나,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양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3명씩 고르게 지지하기로 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MBK·영풍 측 후보 4명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했고, 글래스루이스는 전원에 대해 반대했다. 만약 이번 임시 주총에 불참하는 주주가 많아 MBK·영풍 측 의결권이 과반을 넘으면 MBK·영풍은 자력으로 14명을 모두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 현재 의결권 기준 MBK·영풍 측 지분율은 46.7%로 최 회장 측(39~40%)을 앞선다.

MBK·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해도 단기간에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MBK·영풍이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최 회장을 해임하고 이사회 구조를 재편해야 하는데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이사를 밀어내는 건 현 지분 구조상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상법상 이사의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MBK·영풍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MBK·영풍 측 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면 최 회장의 경영 활동에는 제약이 생기게 된다. 고려아연은 정관에서 이사회가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은 상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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