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기록, 냉방장치 설치 등 의무화
권고였던 휴식 시간 보장, 이제 꼭 지켜야
다만 일부 예외 규정은 노동계 비판받아
![]() |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며 무더운 날씨를 이어간 2023년 8월 1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후변화로 매해 강한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열사병 등 폭염 속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가 강화된다. 실내 일터엔 냉방장치를 설치하고, 33도 넘는 폭염 속에서 일하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갖도록 한다. 기존에는 권고였던 조치가 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된 것이다.
작년 통과된 '폭염노동예방법' 6월 시행돼
![]() |
지난해 7월 17일 제헌절을 맞아 기후위기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후재난 당사자들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 박세중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손팻말에 '기후재난 속 폭염에서 죽지 않기를 위한 우리의 권리'라고 적혀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용노동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23일부터 3월 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산안규칙 개정은 국회에서 지난해 9월 상위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폭염노동예방법)'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개정 산안법은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도 고용부는 '온열질환 예방가이드'를 통해 체감온도 33도 이상은 매 시간 10분씩, 35도 이상은 15분씩 휴식시간을 주도록 권고했다. 다만 이는 '정부 권고'일 뿐 위반 시 처벌 등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혀왔다. 법 개정에 따라 이제 폭염 관련한 보건조치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보건조치를 안 지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 처벌된다.
개정 산안규칙은 우선 '폭염작업'을 체감온도 31도 이상 환경에서 장시간(2시간 이상) 일해야 할 때로 정의했다. 온열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의 72.7%는 31도 이상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체감온도 31도는 기상청 폭염 영향예보 '관심 단계'이기도 하다.
사업주는 앞으로 일터에 온·습도계를 비치하고, 체감온도를 측정·기록해 보관해야 한다. 온도에 따라 보건조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중요하다. 다만 옥외 이동작업 같은 경우 측정이 쉽지 않기에, 기상청에서 발표한 체감온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작업 중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소에는 수분 보충을 위한 음료수 등을 충분히 비치하도록 하고, 폭염작업 노동자에게 온열질환 증상 및 예방 방법, 응급조치 요령 등도 알리게 했다.
실내든 옥외든 31도 넘으면 '적절한 휴식'
![]()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2023년 8월 1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온도감시단 활동 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기 휴게시간 즉각 의무화 및 노동안전보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산안규칙 개정 전에는 고용부 가이드라인에 폭염기 휴게시간 권고 내용이 있기는 했으나, 처벌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서영 인턴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터가 실내냐 옥외냐에 따라 달라지는 내용도 있다. 실내 작업이면 △냉방·통풍을 위한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 △작업시간대 조정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등 세 가지 중 어느 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다만 앞의 두 방법을 쓰고도 폭염이 심각하면, 꼭 휴식시간을 부여하게끔 했다. 옥외 작업도 유사하게 △작업시간대 조정 △휴식시간 부여 중 어느 한 조치를 하되, 작업시간대를 조정해도 한계가 있다면 휴식시간을 주도록 했다.
노동자가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 일할 경우 실내든 옥외든 사업주는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33도를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매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지킬 것을 명시했다. 다만 고용부는 "연속공정 과정에서 후속 작업 차질이나 제품 품질 저하 등으로 휴식 부여가 매우 곤란한 경우, 대신 개인용 냉방·통풍장치나 보냉장구를 활용해 근로자 체온 상승을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사업장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폭염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일부 예외 규정을 둔 것인데, 노동계에서는 비판 목소리도 온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은 연속공정의 연속인데 '작업 차질' 등 기준을 노동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라는 게 아닌 이상, 건설노동자들은 폭염에서도 쉴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어컨·선풍기 등 온습도 조절장치 설치를 '옥외 작업'에는 의무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건설현장도 산업용 선풍기 등 설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