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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가 살던 별은 딱 한 번,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에 잡힌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국제 천문학회에서자신의 발견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었다. 어른들이란 모두 이런 식이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매우 멋있는 옷을 입고 다시 증명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전드 축구선수였던 차범근 선수는 1979년 UEFA컵, 영국의 '에버딘'과의 경기에서 자신이 겪은 수모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경기에서 차범근 선수가 골을 넣었다. 그런데 차범근 선수를 수비하던 영국 수비수는 화를 내면서, 차범근 선수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한다. 훗날 차범근 선수는 '나는 아시아, 그것도 이름조차 생소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이주 노동자 이상은 아니었던 듯하다.'고 회상했다. 과연 영국의 수비수는 한국 선수가 아니라, 독일 선수였어도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있었을까? 절대로 아닐 것이다. 차범근 선수가 모욕을 당한 것은 대한민국이 힘이 없는 약소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편견을 깨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해 왔다.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인종에 대한 편견, 종교에 대한 편견, 사회적 지위에 대한 편견 등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숙제다. 그리고 인류의 남은 숙제가 때로는 잔인한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남의 나라 침략전쟁에 병력을 파견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처음 파병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걱정스러웠던 점은 북한의 병사들이 '대포밥', 또는 '고기 방패'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최근 보도되는 영상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병사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차량도 없이 허허벌판을 걷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시작되면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죽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도된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장비라고는 개인용 소총이 전부였다. 이들은 죽어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동료들의 죽음 앞에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들의 목숨 값은 드론 한 대의 값에 불과한 것일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만약 북한이 막강한 국력을 가지고 있어서도, 러시아군이 북한 병사들을 저렇게 소모품 취급을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군에게 있어서 북한군은 좀 죽어도 괜찮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아도 되는, 미개한 나라의 그 어떤 존재로 취급되는 것 같아서 개탄스럽기만 하다.
얼마 전, 북한군 2명이 우크라이나 군에 생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턱을 다쳐서 말도 못하는 모습, 생포되기 전까지 5일간을 굶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쓰럽기만 하다. 우크라이나도, 또 전 세계에서도, 이 병사들을 '어른들의 눈'이 아니라,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보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비록 약소국의 국민이지만,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약소국의 국민이라 할지라도, 소모품이 되어서 죽어도 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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