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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화면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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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당 1450원대 환율을 두고 우리 경제가 1997년 이후 유지돼온 ‘장기 평균’ 정상 환율범위(1000~1250원)에서 “구조적으로 이탈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제 1000~1250원 환율범위는 일단 머리에서 지우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내놓은 ‘트럼프 시대 글로벌 환율질서와 원화의 미래’ 리포트를 21일 보면, 최근의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어떤 구조적인 이유에서 원화 대미환율이 장기평균을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와 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2021년초를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본격화된 2022년에 장기 평균 대비 20% 선을 넘었고 그 이후에는 완전히 이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통화정책 격차, 중국 경제와의 연계 및 경쟁 관계 변화, 트럼프 경제정책의 영향에 대한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양국 통화가치가 장기평균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이 리포트에서 또 “미국의 압도적인 첨단기술 분야 선도력이 지속되면서 한국과 미국, 다른 경제선진국과 미국의 경기 동조화 현상이 약화되고 있고, 이런 가운데 트럼프발 무역장벽으로 원·엔 가치가 장기평균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엔화 환율 수준이 이번 사이클에서 영구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의 ‘포스트 플라자 환율 질서’를 지탱하던 요인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으며, “1500원 환율 수준이 한국경제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1000~1250원을 정상 환율 범위로 보아온 개념은 일단 머리에서 지우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다.
2022년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대미 환율 움직임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1250원 수준을 상회하더라도, 불안 요인이 해소되면 다시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다른 주요국 환율이 장기 평균(1987~2021년) 범위로 내려온 반면, 원화 환율은 높아진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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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본부장은 다만, 최근의 환율 상승이 외평채 5년물 CDS 프리미엄의 폭등이나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달러를 구하기 위해 모두가 달려가는 ‘패닉’을 동반하지는 않고 있는 이유로 이제 우리나라가 ‘자본수출국’ 지위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외금융자산 규모가 대외금융부채 규모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에 이제 달러 차입금을 상환할 자금을 확보하려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외환시장으로 달려가거나 미국 금융기관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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