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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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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TV) 수신료를 전기요금 등과 함께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통합 징수를 강제할 경우 국민의 선택권·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거부 사유인데, 수신료 수입을 재원으로 삼는 한국방송(KBS)에서는 노사 양쪽으로부터 ‘오히려 국민을 불편하게 한 것은 분리 징수’라는 반발이 나온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방송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해 국회 재의결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최 권한대행은 “수신료 분리징수 제도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어 이미 1500만 가구에서 분리 납부를 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수신료 과·오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수신료 결합징수를 강제하게 되면, 국민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법률안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한국방송은 입장문을 내어 “수신료 분리 징수로 케이비에스는 재정위기가 심화되어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한국방송은 “(그간) 수신료 분리 징수로 성실히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소중한 수신료의 상당 부분을 징수 비용으로 써야 했다“며 “통합 징수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그간의 불편과 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역시 성명을 통해 “통합 징수는 전기 요금과 수신료를 함께 납부하도록 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무엇보다 월 2500원 수신료가 고지 및 징수 비용으로 낭비되지 않고 국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오롯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방송본부는 지난 6개월간 분리 고지 시행으로 수신료 수입이 전년 대비 330억원 이상 감소했고 올해에는 500억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지난 2023년 3월 대통령실이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며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누리집을 통해 수신료 징수 방식을 듣겠다고 했으나, 해당 게시판은 여러 계정으로 중복 응답이 가능해 ‘어뷰징’ 논란이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수신료 징수 주체를 놓고도 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해 ‘졸속 추진’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사이 한국방송은 재정 위기로 명예퇴직 등을 시행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6일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수신료 통합 징수의 법적 근거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이마저도 거부권에 가로막히게 됐다. 주무 부처인 방통위는 국무회의 전날인 20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브리핑을 열어 법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현재 방통위 1인 체제 탓에 방송법 개정안 재의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의결할 수 없다면서도 ‘혼란이 우려된다’며 통합 징수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은 실패한 정책이다. 한국방송은 수입이 줄었고, 한전은 업무가 복잡해졌고, 국민들은 납부 불편이 가중됐다”며 “(거부권은) 정부가 고집을 부리면서 실패한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방송 사 쪽을 향해서도 “박민, 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수신료 통합징수를 향한 실질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에서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300명이 모두 출석한다면 찬성 200표를 넘겨야 한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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