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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5시간 대기행렬, 무반주 축가, 허공 키스…트럼프 '황제 즉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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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의 실내 취임식,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에 취임해 "영광"
실외행사 취소돼 행사 규모 대폭 축소 불구 지지자들 "USA" 열광
바이든 부부 향해 전임 정권 정책 전면 폐기 강조, 면전에서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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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일 (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축하 퍼레이드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5.01.21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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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황금기(golden age)가 시작됐다. 다른 모든 국가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이며, 더 이상 이용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황제의 귀환을 방불케 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서하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의 서약 이후 군중은 폭발했고, 지지자들은 환호하며 "USA"를 외쳤다. 이 날은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리는 날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취임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마틴 루터 킹 데이'에 취임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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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행사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DC 캐피털원아레나 입장을 기다리는 미국인들. 미국 전역에서 모인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수킬로미터를 줄지어 4~5시간을 대기한 끝에 입장했고, 상당수는 입장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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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실내 취임식, 떠나는 바이든 면전에 '모욕'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에는 600명가량 초청됐고,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에 1800석 정도의 자리가 별도로 준비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의사당에서 1.3㎞ 떨어진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 아레나'(2만명 수용)에서 생중계로 취임식을 지켜봤다. 유례 없는 한파로 취임식이 40년 만에 최초로 실내에서 진행되면서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의 대규모 퍼레이드는 취소됐다.

25만명가량 올 것으로 예상됐던 취임식 규모가 축소돼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지 못했지만, 지지자들은 생중계를 지켜보며 환호했다. 특히 뉴스1에 따르면 영하 10도 안팎의 맹추위 속에 캐피털원 아레나 입장객들은 킬로미터 단위의 긴 줄을 서며 4~5시간까지 기다려 입장했다. 나경원, 조정훈, 김대식, 강민국 의원 등 한국 정계 인사들도 아레나 취임행사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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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축하 집회가 열린 가운데 행사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5.01.20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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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5.01.21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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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최고 부자 3인방과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600여명의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며 황제의 대관식을 방불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했던 것과 달리, 바이든 부부는 전임자로서 자리를 지켰다. 반면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은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했던 발언을 의식한 듯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데도 취임식 연설에서 전 대통령의 면전에 대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을 곧바로 뒤집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목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기도 했다. 29분 분량의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는 총 2850개의 단어를 사용했다. 1929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취임 연설 이후 가장 긴 단어 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엔 가수 캐리 언더우드가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무반주로 불렀다. 음향 사정으로 예정에 없이 벌어진 상황이지만 언더우드는 "노래를 알고 있다면 도와달라"며 군중과 함께 아카펠라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도중 자신을 향한 암살 시도로 총격 사망한 소방관 코리 컴페라토레를 기리며 묵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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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가수 캐리 언더우드가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부르고 있다. 언더우드는 음향 사고로 무반주로 노래했다.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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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회자된 멜라니아의 은둔 패션, 머스크는 나치 경례 '뭇매'

이날 취임식에서 논란이 된 것은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옷차림과 모자다. 취임식 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차를 마시고 기도 예배에 참석한 멜라니아는 미국 디자이너 아담 립의 맞춤형 더블브레스트 네이비 코트에 에릭 자빗의 보터 스타일 모자를 착용, 영국 왕실의 분위기를 풍겼는데 트럼프 1기 취임식 때의 랄프 로렌 드레스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무엇보다 시야를 가리는 모자 탓에 표정을 읽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자에 밀려 허공에 키스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사생활을 중시하며 언론을 피했던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2기에서는 자신의 폐쇄적 성향을 취임식 당일부터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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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47대 대통령 취임식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볼에 키스를 하고 있다. 2025.01,21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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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취임식에는 지금까지 당선인 신분으로 모든 공식 행사에 가족이 총출동했듯 트럼프의 막내 아들 배런부터 공식 행사 참석이 뜸했던 장녀 이방카까지 트럼프 패밀리가 나란히 한 자리에 모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의 가족 구성원 못지 않은 지분을 확보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등장에 앞서 연설하다 갑자기 나치식 인사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하며 다시 한 번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취임식 행사의 대미는 200년 전통의 무도회였다. 소수만 참여하는 무도회는 20만장이 넘는 티켓이 배부된 취임식과 달리 참석 가치가 더 크다. 이번 취임 기념 무도회는 사령관 무도회, 자유의 취임 무도회, 스타라이트 등 3개로 나눠서 진행됐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부인 한지희씨와 함께 미국 정재계 핵심 인사만 참여하는 사교 행사 스타라이트 무도회에 참석했다. 정 회장 부부는 아레나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미 전역의 국기는 연방법에 따라 지미 카터 대통령의 서거를 기려 30일 동안 반기 게양하는 원칙을 접고, 신임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만기 게양됐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1954년 선언문에 따라 전·현직 대통령 사망 시 30일간 반기 게양이 원칙이나, 트럼프가 불만을 표출하면서 취임식에 맞춰 만기 게양했다. 21일부터 28일까지는 다시 반기 게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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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사령관 무도회'(Commander in Chief Ball) 무대에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무도회는 '사령관 무도회', '자유의 취임 무도회'(Liberty Inaugural Ball), '스타라이트 무도회'(Starlight) 등 3개로 구성된다.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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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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