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해진 트럼프, 원하는 정책 마음대로 추진 가능
한국의 정치적 공백, 오히려 유리할 수도
실용과 실익에 기초한 외교 접근법 절실
북미대화, 韓 제외 시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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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외교원장을 지내고 조국혁신당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외교통'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메트로경제신문> 과의 인터뷰에서 1기 때보다 더 노련하고 강해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 정부가 실용적이고 실익에 기초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련해진 트럼프, 원하는 정책 마음대로 추진 가능"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1기에 비해 더 강하고, 더 노련할 것"이라며 "1기가 일종의 '사고'였다면, 2기는 '패턴'이 될 것이고 우리가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트럼프가 기존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주지사와 대법원에서도 다수를 차지하면서 적어도 2년간 트럼프 앞에는 실질적인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힘이 더 막강해졌고,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이념, 가치, 혈맹을 기반으로 한 기존 한미동맹의 근간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이는 트럼프의 판단 기준이 '자신과 미국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이나 윤석열 정부의 전략적 선명성조차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무엇보다 트럼프 1기 때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어른들의 축'이라 불린 관료들이 트럼프를 어느 정도 제어했지만 2기에서는 이들 같은 합리적 현실주의자들이 모두 배제됐다"면서 "문제는 한국이 이에 대해 전혀 준비돼 있지 않으며, 대응할 옵션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국이 '전략적 자율성'에 기초해 외교·안보 정책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보편 관세, 주둔 분담금 인상, 보조금 삭감, 북한 핵무기 조건부 인정 등 한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거친 외교는 한국 내부에서 '동맹 신화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존재했던 네오콘(미국 내 신보수주의자)과 현실주의자들의 간섭조차 부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폭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도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 한국의 이익을 명백히 훼손할 경우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트럼프가 주둔 분담금과 철수를 카드로 제시할 경우, 한국은 미군 감축과 육군 중심의 주둔군을 일본처럼 해공군 중심으로 전환하며, 주둔군 숫자 감축 가능성 등을 포함한 역제안을 제시할 수 있다. 즉, 트럼프의 거래주의에 철저히 거래주의로 응수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익에 기반한 전략적 자율성에 기초해 외교·안보 정책을 설정한다면, 트럼프 2기는 오히려 한국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외교를 했던 윤석열 정권이 퇴진한다면 외교 다변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 스스로 한미동맹의 신화를 벗겨냄으로써 한국은 자주적 외교를 펼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물론 이러한 접근에는 유럽연합(EU), 아세안, 인도 등의 국가들과의 공동 대처와 연대도 수반돼야 한다"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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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적 공백, 오히려 유리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로 한국 사회는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김 의원은 미국과 강도 높은 협상에 나서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정치적 공백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협상이 '최악'이라면, 지금은 그보다는 나은 '차악' 정도로 볼 수 있다"며 "각국이 트럼프 2기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이 압박할 '협상 상대'가 있어야 괴롭힐 수 있는데, 지금 한국에는 실질적인 협상 상대가 없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보편 관세처럼 상대가 없어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누가 협상 주체로 나서든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 외의 사안에 있어서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나서기보다는 차라리 공백인 게 낫다. 이로써 상황이 다소 진정될 때 우리가 협상을 시작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강하고 노련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상황을 언급하는 걸 자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의원은 ▲한국인의 거센 비판 고려 ▲본인의 과거 의회 난입 사태와 연관돼 '자승자박'이 될 가능성 ▲한국의 정치적 공백 상태를 추후 협상 카드로 이용하기 위함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김 의원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를 공격했던 주요 카드 중 하나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었다"며 "즉, 한국의 계엄 사태를 언급할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해도 트럼프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침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국 언론사) CBS가 현지시간 18일,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트럼프 대통령 저택이 있는 호화 리조트)에서 인수팀 및 측근들과 나눈 주요 대화를 정리해 보도했는데, 해당 대화 내용에 한국이 포함돼 있다"며 "발언 시점이나 상대는 불분명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인이 탄핵을 멈춘다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발언의 뜻은 일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장하듯 '탄핵 반대'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철저한 거래주의자이자 실리주의자인 트럼프의 성향에 기초해 바라본다면, '실질적 권력자가 아닌 사람과는 만날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심지어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는 CBS 보도에 의거해 본다면,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을 '얕보는', '상대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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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과 실익에 기초한 외교 접근법 절실"
김준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의 주변국 외교에 대해 "실용과 실익에 기초한 접근법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쟁은 적과 아군이 명확한 흑백론이지만, 외교는 회색론"이라며 "적국과도 외교를 해야 하고, 동맹국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 충분히 이런 외교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철저히 '친미·친일' 진영 외교만을 해왔다"며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는 철저히 배척했다. 이는 지나치게 낙후된 냉전적 사고방식에 기초한 행위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보며 '외교를 꼭 전쟁처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따라서 트럼프 2기 집권 이후에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입장을 설정할 때, 여전히 미국에 무게 중심을 두되, 중국과 러시아도 함께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한국은 북·러가 더 위험한 동맹으로 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한·러 관계는 윤석열 정부 시절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한·러 관계는 최악의 상태였다. 국민 85%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파병과 살상무기 지원을 추진하며, 진영 외교와 가치 외교에 갇혀 러시아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파병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2기가 집권하면 러-우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저는 그동안 '일단 기다려야 한다', '절대 파병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 전쟁을 중재해 종전으로 이끈다면, 한·러 관계 회복이 충분히 가속화될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밀착을 강화하겠지만 한국과 적대관계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실용과 실익에 기초한 외교를 펼치고, 특정 진영에 편중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악화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금이라도 개선해야 하며, 러-우 전쟁 종결을 가정하고 실리를 확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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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韓 제외 시 곤란"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제외하고 북한과 '직거래'로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의원은 "이 경우 그간 고조되던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존재한다"며 "반대로 단점은, 한국이 소외된 채 우리에게 피해가 되는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전술핵무기는 그대로 두고 전략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북한이 거래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이 그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선 한국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그대로 남아 있는 반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요소만 제거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치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만,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트럼프를 설득해 김정은과의 만남을 주도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외교적 성과를 보여줬다. 비록 최종적인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의 외교적 역량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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