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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인사이드 스토리]곳간 비어가는데…정운호, 쌍방울 인수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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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프라임개발, 70억원에 쌍방울 인수
최근 네이처리퍼블릭서 대여금 상환 받아
양사 모두 실적 악화…시너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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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언더웨어 제조업체 '쌍방울'을 인수했습니다. 한때 화장품업계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그가 이번에는 패션업에 새롭게 뛰어들기로 한 겁니다. 정 대표는 최근 네이처리퍼블릭의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쌍방울이 함께 해외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인수'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쌍방울이 당장 네이처리퍼블릭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번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기 상환 이유는

쌍방울은 지난 20일 최대주주가 광림에서 세계프라임개발로 변경된다고 공시했습니다. 세계프라임개발은 이날 광림이 보유한 쌍방울 지분 전량(63만2297주, 12.4%)을 70억원에 넘겨받았습니다. 세계프라임개발은 정운호 대표가 소유한 개인 회사입니다. 정 대표는 세계프라임개발의 지분 40%를 보유하면서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습니다.

나머지 지분 60%도 특수관계자들이 보유 중입니다. 또 정 대표의 부인인 정숙진 씨가 회사 감사를, 정숙진 씨의 동생인 정서진 씨가 회사 사내이사를 맡고 있죠. 이 회사는 부동산 임대료와 관리비 수입을 통해 연간 적게는 1억원대, 많게는 30억원대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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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 사진=네이처리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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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대목은 세계프라임개발이 쌍방울 인수 직전에 자금을 조달한 경로입니다. 세계프라임개발은 2023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이 8억70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쌍방울 인수에 70억원을 쏟아부었죠. 이 돈의 출처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최근 상환한 돈으로 추정됩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그간 세계프라임개발로부터 여러 차례 운영자금을 차입해왔습니다. 가장 최근의 차입은 지난해 6월 1년 만기로 빌린 103억원의 단기차입금입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 16일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총 7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이 차입금의 만기가 아직 5개월 이상 남았다는 점, CB 발행 시점으로 짐작컨대 세계프라임개발이 쌍방울 인수를 위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조기 상환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두 회사의 실적 악화

하지만 쌍방울 인수가 정운호 대표와 네이처리퍼블릭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쌍방울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탓에 상장 폐지 위기에 놓여있는데요. 2023년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실적마저 악화하고 있습니다. 쌍방울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13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죠. 또 세계프라임개발이 확보한 쌍방울 지분도 12.4%에 불과해 추후 경영권이 흔들릴 위험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조기 상환을 위해 발행한 이번 CB가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이번 CB는 3년 만기에 표면이자율이 5%, 만기이자율은 15%입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3년간 채권자에게 내야 하는 이자는 10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일반적으로 CB는 시중은행 차입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의 이자율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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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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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에게는 10억원이 큰 돈이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단 한 차례도 연간 순이익을 내지 못한 네이처리퍼블릭에게 10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실적이 다시 악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87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4% 감소했습니다. 내수와 수출 매출이 각각 전년보다 22.4%, 11.2%씩 줄어든 탓인데요. 이 때문에 1~3분기 누적 영업손실도 43억원으로 전년 동기(1억8000만원)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기업가치 '뚝'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기업가치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지난해 4월 발행을 추진했던 CB와 이번에 새롭게 발행하는 CB를 비교하면 알 수 있는데요. 지난해 4월의 CB는 150억원 규모로 만기 3년, 표면이자율 4.0%, 만기이자율 8.0%였습니다. 이번 CB는 조달 자금 규모가 기존의 절반에 불과하고 이자율도 크게 뛰었습니다.

특히 두 CB의 전환가액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CB는 채권자가 만기에 돈을 되돌려받는 대신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입니다. 지난해 발행하려던 CB의 경우 주당 전환가액이 1만2000원으로 설정됐는데요. 반면 올해 발행한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6700원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네이처리퍼블릭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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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B는 신생 사모펀드 서울프라이빗에쿼티(서울PE)가 투자하기로 했지만 예정됐던 4월 납입이 불발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서울PE의 투자가 최종 불발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번에 네이처리퍼블릭이 더 불리한 조건의 CB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한편 네이처리퍼블릭의 이번 CB는 비비원조합에게 발행됩니다. 비비원조합은 KH그룹이 지난해 3분기 설립한 투자조합인데요. 최근 대양금속 인수 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죠. 다행히 네이처리퍼블릭의 이번 CB는 지난 16일 이미 납입이 완료됐습니다.

CB가 발행됐으니 추후 네이처리퍼블릭의 주주명부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비원조합이 주식 전환을 선택한다면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분 11.2%를 확보하고 단숨에 2대 주주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이 그간 개척한 해외 수출망을 중심으로 쌍방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쌍방울이 상장폐지를 면하는 것이 선결과제 입니다. 이번에 쌍방울의 주인이 바뀐 만큼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쌍방울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입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정 대표에게 쌍방울 인수가 '신의 한 수'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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