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미 대통령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서쪽 광장에서 개최돼 왔다. 광장 앞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내셔널몰 공원부지까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4년마다 최대 25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장관이 펼쳐지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취임식 개최 불과 3일 전, 한파로 인한 안전 우려로 국회의사당 건물 내부로 개최 장소가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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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국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47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진행하고 있다. 2025.01.21 워싱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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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취임식의 이른바 ‘VVIP’ 좌석은 국회의사당 상층부 정중앙의 로툰다홀에 총 800석이 마련됐다. 미 국회의사당 건물에는 종 모양의 돔형 지붕이 있는데 로툰다홀은 그 바로 밑에 자리하고 있는 원형 홀이다. 55미터 높이의 돔 천장에는 조지 워싱턴이 승천하는 모습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고, 둥그렇게 둘러진 벽에는 미국 역사의 하이라이트를 그린 대형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이달 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용 관이 안치되기도 했던 장소로, 미 국회 건물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으로 꼽힌다.
이런 로툰다 홀에 마련된 800석 중에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 연설대 뒤편으로 보이는 좌석은 로툰다 좌석 중에서도 ‘초 VVIP’ 좌석이었다. 이 구역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JD밴스 부통령, 또 그 직계 가족들 및 전직 대통령 부부, 행정부 핵심인사 등이 앉았다.
관심을 모은 것은 이 구역에 미국의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 앉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first buddy)’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물론이고, 같은 열에 팀 쿡 애플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모습이 관찰됐다. 최근 미국에서 서비스 중지로 큰 논란이 돼 온 틱톡의 추 쇼우츠 CEO의 모습 또한 이 구역에서 목격됐다. 로톤다 내의 좌석은 극히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저커버그 CEO와 베이조스 창업주는 각각 아내와 약혼녀의 좌석도 확보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하지만 머스크 CEO와 소송을 벌이는 등 긴장관계인 샘 알트먼 오픈AI의 CEO의 운명은 엇갈렸다. 그는 국회의사당 안에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로톤다 홀에는 자리 잡지 못했다. 이날 로툰다 홀 다음으로 중요한 ‘VIP’좌석은 국회의사당 지하부의 노예해방홀(Emancipation Hall)에 총 1800석이 마련됐는데, 알트먼 CEO는 이 곳에서 목격됐다고 NYT가 전했다. 노예해방홀은 평소 국회의사당 방문자센터 로비로 활용되는 거대한 홀로, 공화당 주지사들과 주요 공화당 기부자들도 이곳에 앉았다.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차로 6~7분 떨어진 다목적 경기장인 캐피탈 원 아레나에는 2만여 석이 마련돼 국회의사당에 들어가지 못한 기타 외빈과 지지자들이 모니터를 통해 화상으로 취임식을 관람했다. 하지만 이 인원을 다 합치더라도 2만2600석에 불과해, 당초 취임식 초대장을 받은 22만 명 중 십중팔구는 인근 호텔이나 집에서 TV로 취임식을 봐야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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