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명령 폭탄 예고
산업계 긴장…반도체·車 부담, 석유·조선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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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식 사진. 트럼프 인수위 제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됐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 발효할 행정명령이 100건에 육박한다면서 '충격과 공포'를 예고했다. 1기 때보다 더한 '보호무역주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만큼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법 세제 혜택 축소 우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가장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 반도체, 2차전지 등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반도체 보조금 지원과 배터리 업계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파리 기후협정 탈퇴는 물론 전기자동차 의무 해제, 해상 풍력 에너지 개발 중단 등을 공약해 왔으며, 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 글로벌 기업에 적용하는 고율 관세는 우리기업의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대중국 견제'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 반도체 제조 및 기술을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은 철회하지 않지만, 축소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는 임기 일주일을 남긴 상태에서 AI 업체 등 중국 기업 20여곳을 거래 제한 리스트에 추가했다. 아울러 이번 규제안에는 14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나 16나노 이하 반도체도 중국 수출에 제한을 받는다. 종전 규제가 '7나노 이하'였던 것에 비해 강도가 더 강해진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규제 시행까지 상대적으로 긴 120일을 여론 수렴 기간으로 두면서 후임 트럼프 행정부가 업계 입장 등을 반영해 수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트럼프 정부는 이 규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인터뷰를 인용해 "후임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한도를 변경할 가능성은 있지만, 핵심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법의 일환의 반도체 보조금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보조금,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는 반도체법을 2022년 8월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작년 12월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 보조금을 최종 체결하며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취소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자동차 '부담'…"행정부와 접촉면 늘리는 중"
자동차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되는 차에 보편관세 10~20% 부과를 공언했다. 북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부담되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에게 미국은 판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다른 글로벌 시장을 능가하는 대체 불가한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17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미국 내 판매량 톱4에 오르기도 했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으로선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한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 개발과 판매에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시장 확보에 속도를 올려왔다. 보조금 완전 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세액공제 혜택이 줄어들 경우 추후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전망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보조금 축소 기조 속에서도 유연한 대응책만 제때 마련한다면 충분히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건설중인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하이브리드 생산도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촉면도 늘리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현대차 성 김 사장도 그룹 신년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때 (상황을) 보고 어떻게 변화가 있는지 대응해야 한다.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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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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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조선 기대감 커져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친환경 기조가 둔화하고 화석연료의 역할이 커질 거라는 전망이 호재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기후 위기를 '역사상 최악의 사기'라고 치부하면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산업의 규제 완화와 활성화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정유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대로 석유를 증산하고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움츠러든 국제 교역이 점차 늘어나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선 트럼프 1기 때에도 집권 초반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된 전례가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지켜봐야 할 요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물자와 자원의 이동이 축소되고 교역량 자체가 감소하면서 석유 수요가 재차 떨어질 수 있다"며 "지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때에도 미국과 중국의 관세 부과로 정제마진이 좋지 않았다. 과거 학습된 사례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조선업계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때부터 강조했던 양국 간 조선 분야 협력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트럼프는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을 콕 집어 협력을 요청했다. 특히 중국과 펼치고 있는 해양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조선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동맹국 한국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미국 정부 인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임 바이든 정부 때부터 우리나라 조선업계와 협력을 활발하게 모색해 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4만 톤 규모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 창정비 사업을 따내 국내 최초로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트럼프와 윤석열 대통령 통화가 있었던 그해 11월에는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 정기 수리 사업 수주 낭보가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도 연간 20조 원에 달하는 미국 함정 MRO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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