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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법원 난입-시위’ 절반이 2030… “젊은 남자들 많아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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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폭력난입 사태]

같은 성향끼리 ‘온라인 부족’ 이뤄… ‘이념 동조’ 넘어 ‘행동’으로 옮겨

남녀 사이 젠더 갈등도 영향 미쳐

“일부 모습일뿐… 전체 폄훼 안돼”

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 집회에서부터 서울서부지법 난입까지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젊은층의 과격한 행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부 2030 남성들은 주도적으로 폭력 시위에 가담하거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과격한 선동 발언을 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폐쇄적이고 조직적인 커뮤니티 문화가 폭력성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일 현재 온라인 보수 성향 커뮤니티 곳곳에는 서부지법 난입 사건을 계기로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특정 인사의 발언에 동조하며 폭력 시위를 ‘정당화’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19일 법원 난입 사태를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선 “극우, 보수 집회는 예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고령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날 서부지법 안에 들어간 사람 중에는 젊은 남자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 경찰이 서부지법 폭력 난입 등과 관련해 현행범으로 체포한 90명 중 20, 30대가 46명(51%)에 달했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는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겠다’며 모인 일부 젊은 남성들이 스스로를 ‘백골단’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19일 난입 사건이 벌어진 서부지법 일대 집회에서 만난 김모 씨(31)는 “언론 대신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통해 뉴스를 보고 소통한다”며 “커뮤니티에서 개인이 의견을 올리면 집회 현장에 반영될 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부정 선거’를 의미)이라는 구호와 팻말도 커뮤니티에서 ‘외신이 우리를 봐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올라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부 2030 남성들이 특정 정치 이데올로기에 동조해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폐쇄적 커뮤니티 문화 영향 등으로 극단적 성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극적인 선동을 퍼뜨리는 유튜브, 같은 성향의 누리꾼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티니에 빠져든 젊은이들이 일종의 ‘온라인 부족(部族)’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여기서 나오는 내용이나 이념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서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커뮤니티로 연결되는 ‘부족주의’ 내지 ‘공동체’가 등장한 것”이라며 “흥분하거나 비이성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조직화되어 있는 흐름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신의 의견이)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면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녀 사이 젠더 갈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찬성 집회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20대 여성에 대한 경계심, 반발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시위 참여를 통해 ‘우리도 엄연한 정치 세력이다’ 등 자기 존재를 나타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이후 국회 앞에서 연일 이어진 탄핵 집회에서는 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이른바 ‘케이팝 응원봉’을 들고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집회에서도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이 새로운 집회곡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한 남성들의 반감이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같은 모습은 극히 일부 젊은 층에서 나타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0대 김모 씨는 “주변 대부분의 젊은층은 극단적인 유튜브 영상은 알아서 거른다. 보통은 온라인 뉴스, 신문, TV 뉴스에서 정보를 얻는다”며 “일부의 극단적인 행동을 확대해 전체 젊은이들이 폄훼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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