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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8 (화)

각자도생하는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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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공식 사진. 출처=트럼프·밴스 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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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전 세계 정·재계·학계 주요 인사와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반 등이 모여 세계 경제의 큰 방향성과 미래 이슈를 논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이른바 ‘다보스포럼’이 개최된다. 55회를 맞은 올해는 뜻밖의 인물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돼 화제가 됐다. 비록 온라인 연설로 참여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인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기인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다보스를 찾은 바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뵈르게 브렌데 WEF 총재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3일 온라인 연설을 할 것이라며 “미국 새 정부의 정책적 우선 사항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다보스에는 세계 각국에서 350명의 고위급 정부 관계자와 900명 이상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 및 비정부기구(NFO) 관계자 등을 더하면 참석자는 2500여명에 달하는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딩쉐샹 중국 부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 50여명이 포함된다.

정작 올해 다보스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영향력을 자랑하는 기업인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굵직한 기업인이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선택한 탓이다. 이들뿐 아니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제임스 타이클레 록히드마틴 CEO,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CEO,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 등도 트럼프 취임식으로 발길을 돌렸다.

국내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이 취임식을 찾는다. 앞서 정 회장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하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비공식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트럼프 주니어의 초대로 만남이 이뤄진 만큼 정·재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지난 18일에는 트럼프 2기 정부 인사 50여명을 포함해 200여명이 참석한 리셉션에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었다. 특히 김 의장은 도널트 트럼프 주니어,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와 개별적으로 직접 만나 미국 및 아시아 국가에 대한 직접투자 등 여러 사업환경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과 축하연 등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해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포드, 토요타 자동차, GM 등이 잇달아 먼저 기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호세 무뇨스 CEO가 취임식 전날 만찬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통적 산업인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 바이오의 대표 기업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 등도 취임식 참석 계획을 밝혔고, ‘챗GPT’를 개발한 챗GPT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구글, 일라이 릴리의 CEO도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또 골드만삭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AT&T, 스탠리 블랙 앤 데커, 인튜이트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도 기부 행렬에 참여했다.

사실상 전 세계 모든 핵심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CEO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네트워크를 맺고 협력을 공고히 하고자 적극 나서고 있는 셈이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주요 부서를 이끌 인물들 상당수도 기업인 출신이다.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을 맡게 된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바이오테크 회사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창업자) 모두 기업인이며, 러트닉 지명자(캔터 피츠제럴드 CEO),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재러드 아이작먼 항공우주국(NASA)장 지명자도 억만장자이자 기업가 출신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폭탄’, 달러 강화, 친가상자산 정책 확산 등에 걸쳐 특유의 일방통행 정책을 예고해 전 세계 경제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을 찾아 오프닝 벨(Opening Bell)을 울리며 미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응원하기도 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가장 중요한 이때 우리 산업계의 등대 역할을 할 정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배경은 차치하고라도 각 부처 공무원들이 “혼란한 시기를 소극 행정으로 무사히 넘기자”고 마음속으로 외칠까 걱정이다.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나서 계엄과 탄핵의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최대 우방국이자 무역 상대국인 미국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른 시기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금융투자 옴부즈만,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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