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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봉준호 “'미키 17'은 발냄새나는 SF... 필모 최초의 로맨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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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된 '미키 17'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이 손하트를 그리고있다. 사진=전자신문인터넷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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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로 스크린에 돌아온 봉준호 감독이 이번 영화에 대해 “땀냄새 나는 SF”라고 유쾌한 소개를 전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에서 내달 한국 개봉 예정인 영화 '미키 17'의 풋티지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간담회에는 봉 감독과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시튼의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제목에 담긴 17은 '미키'가 그만큼 많이 죽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작보다 10번이나 더 많은 죽음을 겪게 한 이유에 대해 봉 감독은 “(힘든) 출장을 10번 더 나가는 셈이다. 더 일상적이면서 더 많이, 더 다양한 죽음을 통해서 더 노동자적인 면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미키는 귀엽지만 힘없고 어찌보면 불쌍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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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 예고편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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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미키는 여타 SF 영화 속 클론을 뛰어넘어 '휴먼 프린팅', 즉 인쇄되는 인권이 거의 말소된 인물로 그려진다. 봉 감독은 “계급적인 투쟁을 다룬다는 정치적인 깃발을 들려는 것은 아니지만, 극한 직업을 가진 노동자 계층이 극한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원작과 다른 점은 배경이 되는 미래다. 원작은 먼 미래를 그렸다면 '미키 17'은 근미래, 우리가 겪어야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 감독은 “물론 듄같은 영화처럼 사서적이고 아주 먼, 우주의 저편에서 서기를 뛰어넘는 웅장한 사이파이도 좋지만 우리작품은 (SF지만) 우리 눈앞에 닥쳐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다”며 “근미래를 통해 여러분들이 겪게 될 미래로 끌어당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는 '발냄새나는 사이파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며 휴머니즘이 강조된 SF를 그리기 위해 여러 설정을 바꾸게 됐다고 전했다. 원작에서는 '미키'가 익스펜더블이 되기 전, 역사학자이지만 영화에서는 친구의 말을 믿고 사채를 빌려 마카롱 사업을 시작했다가 망하게 되는 자영업자로 그려진다. 마카롱 사업을 그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마카롱을 좋아한다. 마카롱이랑 다쿠아즈를 좋아한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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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된 '미키 17'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리시버를 통해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전자신문인터넷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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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작에서 그려지던 무게감있는 모습 대신 발랄하고 조금 불쌍한 청년 '미키'로 돌아온 로버트 패틴슨은 봉 감독의 작품을 고르게 된 이유에 대해 “현재 봉 감독님 같은 분은 네다섯분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모든 배우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감독님”이라며 “세계관이 특별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되는 감정적인 선을 건드린다”며 극찬했다.

봉 감독이 “그래서 그 네 다섯분은 누구냐”고 묻자 패틴슨은 “저도 커리어를 이어나가야 해서 말 못하겠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패틴슨은 캐스팅 제의에 바로 승낙했다고 밝히면서 “극본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처음 읽었을 때,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 심플한데 동시에 여러 생각할 지점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연기한 미키에 대해 “처음엔 제가 개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버릇이 나쁜 개를 키웠는데, 교육을 시켜도 교육이 잘 안됐다. 오줌을 아무대나 싸고 혼내려고 하면 애교를 부렸다. 미키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가 17번 죽고 나서야 그걸 알게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괴물, 설국열차, 옥자, 미키17까지 절반이 SF장르다. 그는 “인간냄새 물씬나는 SF라고 말씀드렸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기존과 다르게) 외계 행성과 우주선이 나온다. 처음 찍어보니까 신기하고 재밌더라”고 말했다.

패틴슨은 이와 관련 “외계인과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다. 감독님이 만들어낸 외계어로 말했는데, 촬영하고 나니까 스스로 굉장히 멍청해보였다”면서 “카메라앞에서 스스로가 가장 한심하다고 느껴졌던 장면이었다. 현타가오는 와중에 촬영 후에는 좀 더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풋티지 시사회에서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25년 감독경력 최초'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고 언질했다. 그는 “출력되고 있는 와중에도 로맨스가 있다. 미키와 나샤의 러브스토리. 이 영화를 '멜로 영화'라고 하면 뻔뻔스럽겠지만, 이 지점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뿌듯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표 땀냄새나는 SF 영화 '미키 17'(MICKEY 17)은 2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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