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09 (일)

신용등급 강등 과정에 들어섰나 : 한국경제 폭력의 도미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정연 기자]

#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지난 19일 오전 3시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당했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친 경찰은 중상 7명을 포함한 51명에 달한다. 이번 대규모 소요 사태로 경찰은 90명을 체포했고, 이중 66명의 구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 12·3 내란 사태 이후 예견됐던 폭력 사태를 예방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는 신용등급 강등 과정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미국·프랑스도 정치적인 문제로 시작된 부채한도와 재정적자 문제가 결국 폭력의 형태로 나타난지 18~30개월 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우리나라는 이 공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용평가사의 언어=한 나라의 신용등급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신용등급은 결국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 가격 이야기다. 은행이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에게 높은 금리를 매기는 것처럼, 정부의 신용도가 낮으면 국채의 가격이 낮아진다. 고금리라는 얘기다.

신용등급 하락이 불러오는 수백가지 문제 중에서 대표적인 건 경기가 나빠져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서 경제를 살리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므로 환율은 더 오르고, 이는 반드시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강등과 승격의 표면적 이유로 재정과 국가부채의 악화를 꼽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재정 문제는 결국 정치권의 문제다. 그래서 정치가 양극화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신용평가사는 이를 "재정과 국가부채가 악화할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한 나라의 정치적 양극화가 깊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2023년 강등하고, 무디스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내리기 18~30개월 전 두 나라 모두 대규모 소요가 발생했다.

신용평가사들은 2022년, 2023년 두 차례에 걸쳐서 영국의 신용등급은 유지하되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지난해 말 영국에서도 소요 사태가 터졌다. 신용평가사들이 영국의 신용등급을 확실하게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영국이 신용등급 강등의 과정에 진입했을 가능성은 무척 높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3대 신용평가 회사들마다 표기법은 다르지만, 순위로만 따지면 17~20위권이다. 일례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최고 신용등급 AAA를 독일·호주 등 11개국에 부여했고, 미국·대만·뉴질랜드를 비롯한 6개국에 AA+를 줬다. 한국은 그다음인 AA등급으로 아일랜드 등과 함께 공동 18위다. 한국 신용등급이 프랑스처럼 한 등급 내려간 AA-가 되면 공동 24위가 된다.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을 프랑스 등과 함께 공동 21위인 AA-로 책정했는데, 한 계단 내려가면 공동 29위가 된다. 무디스는 한국을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공동 15위인 Aa2로 책정했다. 여기서 하나 더 내려가면 공동 17위로 떨어진다.

■ 美 강등의 이유=다시 미국 이야기를 해보자. 피치는 2023년 8월 1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내렸다. 피치는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이 향후 3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거버넌스governance)가 나빠졌다"고 표현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프랜시스 등급 책정 공동 책임자는 인터뷰를 통해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점거라는 소요 사태를 부분적으로 등급 강등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참고: 거버넌스는 국가의 여러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정치·경제·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 관리 체계를 의미한다.

미국 대다수 경제계 인사는 피치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미군이 만들어준 안정성에 의지하는 나라들의 신용등급이 우리보다 높다"며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워런 버핏도 당시 CNBC와 인터뷰에서 "누구나 알듯이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라고 반응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유동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극렬한 반발은 국정 관리 체계가 망가졌다는 피치의 부분적인 강등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1년 터진 1·6 의사당 점거 및 폭동 사건을 비교적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국 검찰은 1·6 폭동으로 1580명을 기소했고, 이중 1000명 이상이 유죄를 인정했으며, 22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폭력 소요 사태를 사전에 준비한 혐의로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리더인 엔리케 타리오와 오스 키퍼스(Oath keepers) 설립자 스튜어트 로즈는 각각 22년형, 18년형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은 가장 큰 대어大漁를 놓쳤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도록 지지자들을 부추겨 이 부정선거주의자들이 1·6 의사당 점거 및 폭동 사건을 일으키도록 사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2024년 11월 특검의 트럼프 기소는 정당하지만, 법무부 지침상 현직 대통령 처벌을 금지한다며 공소 기각을 신청했다. 트럼프는 2024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2022년 11월 이후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자신이 당선되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폭도들을 사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거버넌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 서부지법 폭력의 마지노선=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걸림돌이 됐다. 국민의힘은 2024년 12월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12월 24일 내란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더스쿠프

2021년 1월 6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 방어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의 물리적 충돌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데다, 윤 대통령 체포 이후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극렬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사실상 잘못된 메시지를 낸 셈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한 일당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미국보다는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언급했듯 미국은 폭력 사태의 몸통인 '트럼프'를 놓쳤고, 이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변수 중 하나로 작용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