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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0 (목)

쿠팡 특수고용 노동자 3회전 배송, 직접 고용 노동자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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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2023년 9월30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쿠팡 택배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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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주문된 물건을 배송하는 기사 가운데 쿠팡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에 견줘 간접 고용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많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쿠팡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고용노동부에서 받아 공개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야간 종사자 노동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쿠팡씨엘에스에서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배송 일을 하는 ‘퀵플렉서’의 경우 하룻밤에 배송구역을 3번 도는 ‘3회전 배송’을 하는 이들이 7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씨엘에스에 직접 고용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쿠팡친구’는 이 비율이 38.2%였다. 3회전을 하는 퀵플렉서 비율이 쿠팡친구보다 2배에 이르는 것이다.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이 250개 이상이라고 답한 퀵플렉서가 전체의 76.4%에 이르러, 쿠팡친구(12.4%)보다 훨씬 많았다. 폭우나 폭설 등 악천후 상황이 닥쳐도 배송을 하는 비율도 퀵플렉서는 77%, 쿠팡친구는 42.3%인 것으로 나타나 교통사고 등 산업재해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배송 인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임에도 하루 노동시간은 모두 평균 9시간32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노동부가 지난해 10~11월 쿠팡에서 새벽 시간에 일하는 배송기사 1160명과 분류인력인 헬퍼 15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강민욱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 야간 택배노동자들의 야간 노동시간을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에 따라 30% 할증하면 산재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을 훌쩍 넘어 쿠팡에서 과로 노동이 일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하루 2∼3회 반복 배송, 프레시백 회수, 분류작업 등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쿠팡의 정책과 고용불안으로 정신적 압박을 주는 이런 정책들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쿠팡은 다른 택배회사와 달리 배송기사를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로 직접 고용한다고 홍보하다, 2022년부터 위탁계약을 맺은 대리점을 통해 특고 형태의 배송기사를 간접 고용하는 ‘퀵플렉서’를 도입·확대했다. 쿠팡친구와 퀵플렉서 사이에 노동조건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 배경이다.



김주영 의원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고용 형태에 따라 노동 여건의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명료하게 드러난 만큼, 동일 노동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불안정 고용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이 쿠팡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쿠팡씨엘에스의 상품 중간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서브허브는 축구장 면적의 3분의 2가량(4609㎡)에 에어컨 1대가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하층과 지상층을 합해 5개층을 쓰는 경기 남양주2서브허브와 대전3서브허브의 경우엔 냉방 시설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노위는 21일 강한승 쿠팡 대표와 홍용준 쿠팡씨엘에스 대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연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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