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19 (수)

봉준호 “25년 감독 인생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 담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씨지브이(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5년 동안 제 감독 경력에서 처음으로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8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한번도 없었던 주인공의 사랑을 이번 작품에 담은 게 가장 뿌듯합니다.”



칸과 아카데미를 휩쓴 ‘기생충’(2019)의 차기작으로 전세계 영화 팬들이 기다려온 영화 ‘미키 17’에 대해 봉준호 감독이 입을 열었다. 봉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씨지브이(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주인공 미키를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참석했다. 패틴슨은 2000년대에 ‘트와이라잇’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청춘 스타로 부상했고, 이후 작가주의 영화에서 연기파로 거듭난 배우다.



“우리끼리는 농담 삼아 ‘발냄새 나는’ 에스에프(SF) 영화라고 하는데 그만큼 과학기술보다는 인간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으로 작업했습니다. 힘 없고 불쌍한 한 청년이 기술 사회의 ‘익스펜더블’(소모품)로 쓰이는 걸 강조하기 위해 복제를 원작보다 열번 더 했죠.”



복제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원작 소설 ‘미키 7’에 견줘 미키 17로 복제 횟수가 대폭 늘어났을 뿐 아니라 시간 배경은 2050년 근미래로 훨씬 가까워졌고, 역사 교사였던 미키의 직업도 육체노동자로 바뀌었다. 이날 공개된 20분짜리 푸티지 영상은 어리바리한 미키가 친구 티모(스티븐 연)의 꼬드김에서 넘어가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 망하고 빚쟁이의 위협을 피해 우주로 떠나기까지의 과정과, 위험한 일을 하면서 사고를 당했지만 구조받지 못하고 외계인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을 담았다. 기억을 이식하는 복제 과정의 실수로 ‘겁’을 상실한 미키 18이 나오면서 미처 사라지지 못한 미키 17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스토리의 뼈대다.



한겨레

‘미키 17’ 장면. 워너브러더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전에 키우던 버릇 나쁜 개에서 영감을 얻어 미키 캐릭터에 접근했어요. 아무리 훈련시켜도 아무 데나 오줌 싸는 버릇을 못 고치는 개처럼 미키는 아무리 실수하고 벌 받아도 자신의 삶에 대한 자각이 없는 인물이었죠.” 패틴슨은 “잘못 프린트된 미키 18이 미키 17의 잠재의식의 발현이라고 이해했다”며 “멍청하고 불쌍하기도 한 미키 17과 광기 어리고 카리스마 있는 미키 18이라는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는 게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전작들에 이어 ‘미키 17’에서도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록스타 같은 정치인을 보여준다. 그는 “연출작 8편 가운데 4편은 에스에프 장르 혹은 그에 가까웠는데 모두 정치적 풍자를 담고 있다”며 “인간 사회와 정치의 심각한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할 수 있다는 게 에스에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패틴슨은 “‘스타워즈’처럼 거대한 스케일의 세트장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촬영 현장은 흔치 않다”며 “봉 감독은 지금까지 모든 영화에서 심각한 상황과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감독은 지금 세계적으로 4~5명이나 될까 싶다. 모든 배우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감독일 수밖에 없다”고 봉 감독을 추켜올렸다. 이에 봉 감독이 “그 4~5명이 누구냐?”고 짓궂게 응대하자 패틴슨은 “저도 배우 경력을 계속 이어가야 해서 말이죠”라고 얼버무리며 크게 웃었다.



패틴슨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외계인과 대화하는 장면”을 꼽으며 “감독이 만든 외계어로 혼자 말하는데 정말 태어나서 스스로가 가장 한심하게 느껴지는 ‘현타’가 왔다. 영화에선 좀 덜 멍청하게 나왔으면 하고 바라게 되더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개봉일이 네차례나 변경된 것이 제작사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는 “처음 계약할 때 감독 최종 편집권을 받은 만큼 영화에 대한 권한은 존중받았고 배급사 워너와도 순탄하게 작업이 끝났다”며 “개봉은 배급사가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3월에 전세계 개봉하면서 2월 말 한국 최초 개봉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브래드 피트가 대표로 있는 플랜비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워너브러더스가 전세계 배급하는 ‘미키 17’은 북미 등 주요 국가들보다 일주일 빠른 2월2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