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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12월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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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나 우습게 보지 마요. 한국 사람 최초로 트럼트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은 사람이야.” (2024년 12월 11일 울산시티컨벤션에서 개최된 ‘울산 자유마을 대회’ 발언 중)
오는 20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이 열린다. 세계 정·재계 거물들이 몰리는 이번 취임식 현장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 등이 초청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취임 행사에 공식적으로 초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는 13일(현지시각) 위원장 이름으로 발행된 티켓 22만여장을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각 의원 사무실은 유권자들에게 할당된 티켓을 분배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같은 무대 위에 앉을 수 있는 브이아이피(VIP)석을 제외한 일반 티켓으로, 단상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이고 좌석의 경우 입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티켓을 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티켓은 당신이 거주하는 주의 상원의원 또는 대표에게 문의하라”고 공식 밝히고 있다.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면 받을 수 있는 취임식 VIP 좌석 티켓은 이미 매진돼, 전 목사 등이 구했다는 티켓은 상하원 의원실에서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취임식이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미국 의회 의사당 중앙홀인 로툰다에서 진행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행사를 직접 관람하는 인원은 600명으로 준 상태다. 위원회는 일반인들도 의사당 인근 대형 실내 경기장인 ‘캐피탈원 아레나’를 개방해 생중계로 취임식을 볼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곳은 약 2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결국 전 목사의 발언은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전 목사 등이 미국 의원으로부터 직접 받았을까. 직접 알고 지내는 의원이 있다면 표를 받았을 수는 있지만, 결국 의원실 관련자들로부터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인수위원회가 공식 초청한 것은 아니고, 더욱이 미국 의원 중 누가 초대했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미국 공식 초청이라는 말을 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정치)는 19일 한겨레에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 취임식이 열리는데 미국은 경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회 내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매우 줄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캐피탈원 아레나)에서 화면 중계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극우 인사들도 서로 연결점이 있어 (전 목사 등이) 초청장을 받았을 수 있으나 일회성일 뿐이며, 트럼프 행정부와 연결돼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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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취임식 행사장 지도. 색상별로 구분된 티켓을 가진 손님들은 지하철을 타고 각 색깔별로 정해진 문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티켓이 없는 이들도 4번가 서쪽 내셔널몰에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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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합동취임식 준비위원회 ‘자주 묻는 질문’에 올라온 내용. 취임식 행사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냐는 질문에 거주하는 지역 상하원 의원실을 통하라고 나와있다.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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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미국 정치)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하는 만찬이나 무도회에 초청된 것이나 짧은 환담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미국의 마가(MAGA·미국을 위대하게) 세력과 한국의 마가 세력 연결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 의원실과 연계된 싱크탱크나 네트워크를 통해 콘서트 티켓 받듯 티켓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태극기 부대’는 부정선거라며 의회 의사당을 점령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구호였던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표지판이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마가 슬로건과 비슷한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Kore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있어 외신들은 트럼프와 윤 대통령의 유사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영인 에스피씨(SPC)회장과 우오현 에스엠(SM)그룹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추천으로 초청을 받았다. 16일 한국 외교부는 관례에 따라 조현동 주미대사가 정부 대표로 취임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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