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우려" 구속영장 발부…내란 수사 급물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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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밤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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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59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발부 사유를 짧게 밝혔지만 대통령의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이미 구속 기소된 비상계엄 핵심관련자들의 법정 증언 등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줄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환조사에 불응했던 데다 지난 15일 체포영장 집행 이후에도 진술을 거부한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오후 2시부터 4시간50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던 공수처의 주장을 법원이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이 그동안 수사기관의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석방될 경우 앞서 구속 기소된 내란 종사 혐의자들이 재판에서 제대로 진술할 수 있을지 등 사건의 실체 규명에 미칠 영향을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전까지 공수처 출석 요구에 3차례, 검찰 출석 요구에 1차례 불응했다. 대통령실과 관저 압수수색에도 협조하지 않았고 체포된 뒤 이뤄진 첫 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2차 조사 출석 요구엔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시한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가 제출한 수사자료와 증거 등을 통해 법원이 해당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죄 판단을 위한 증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현저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공수처도 이날 영장 발부 직후 "향후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윤 대통령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통상 법원은 범죄혐의 소명(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 범죄 중대성,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윤 대통령 영장심사의 핵심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조치를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 즉 내란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고 주요 인사 체포조를 운영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다며 내란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장관 등 내란 종사 혐의자들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혐의도 법원의 영장 발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비화폰(보안처리된 휴대폰)을 통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라고 지시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는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다만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은 아니다. 최종 유죄 판단은 형사 재판에서 합리적인 의심 가능성 없이 범죄사실이 증명돼야 결정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심사에서 직접 40분 동안 발언 기회를 얻어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행위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고 거대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 탄핵 등 국가비상사태였기 때문에 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심문 종료 직전에도 5분 동안 최종발언을 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내란 혐의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 입소 절차를 정식으로 밟아 수용되고 최장 20일 동안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된다. 검찰이 다음달 초 구속 기소할 경우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법정에 선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비상계엄 이후 47일만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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