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됐던 그날…그때 그 의원들
'친윤' 권성동 원내대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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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과천=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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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인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됐다. 헌정사상 처음이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15일 한남동 관저 앞에서 인간 띠를 두르며 저항했지만 끝내 공수처의 체포를 막지는 못했다. 체포된 윤 대통령은 17일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 위기에 처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가 오히려 뭇매를 맞았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이 체포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특검법 발의했지만 비판만 받았고 더불어민주당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이 체포됐지만 아직 윤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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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직후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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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첫 대통령 체포에 새벽 '출근'한 국민의힘 의원들
-윤석열 대통령 체포 당일 현장에 있었지. 분위기가 어땠어?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근처는 동이 트기 전 깜깜했던 새벽 4시 30분쯤부터 찬성과 반대 시위 행렬로 시끌벅적했어. 아침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졌고 찬바람이 쌩쌩 불어 몹시 추웠어. 시민들은 부스에 마련된 컵라면을 먹거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추위를 달랬고, 체온 유지를 위해서 은색 보온 시트를 몸에 둘러싸고 있는 집회 참여자들도 있었어.
-체포 당일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30여 명도 새벽부터 관저 앞에 모였다고?
-응. 이날 새벽 5시 이른 시간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저 인근으로 속속들이 도착했어. 김기현 의원,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어느 정도 도착하자 다 같이 모여 관저 앞으로 이동했지.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왔는데, 관저 앞 지지자들이 "황교안"을 외치자 "여러분이 영웅이십니다"라고 화답하기도 했어.
-김기현 의원은 같이 대기하는 의원들에게 "이번 공소장에는 군사 보호시설에 접근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배제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어. 그러자 다른 의원들이 "이번엔 안 했구나", "반란군이야! 반란군"이라고 답했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저 입구에서 '인간 띠'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맞아. 관저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30여 명은 경호처 측에 서서 공수처 수사팀을 방해했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은 5~6줄로 줄을 서서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스크럼을 짰지. 이들은 팔짱을 끼고 '인간 띠'를 둘러 "합법 영장 받아와라", "철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어. 이에 공수처 측은 "법원에서 발부된 적법한 영장이다. 옆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란다"며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어.
-다른 의원들도 체포 저지를 위한 발언을 이어갔어. 김기현 의원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공수처법을 제멋대로 해석해 관할 법원이 아닌 곳으로부터 영장을 발부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은 "물리력을 무리하게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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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마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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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심취한 현직 대통령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체포됐어. 또 이 과정을 많은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아. 체포 이후에는 당일 현장 상황과 분위기에 대한 뒷얘기도 무성해.
-공수처와 경찰은 15일 오전부터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해 약 5시간여 만인 10시 33분쯤 윤 대통령을 체포해 공수처 청사로 호송했어. 지난 3일 첫 집행 때는 경호처 등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결국 현장 인원의 안전을 우려해 집행을 중단했었는데, 이번에는 큰 충돌 없이 집행에 성공했어.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게 특별히 당부한 게 있다고?
-맞아. 윤 대통령은 공수처로 호송되기 전 관저를 찾은 여러 국민의힘 의원들, 당협위원장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 특히 이 자리에서 주요 언론들보다 유튜브를 신뢰한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기성 매체들은 편향돼 있고 유튜브가 더 정확하다는 거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는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즐겨본다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전해지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이 그들의 주장에 심취해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 같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때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반복해 제기하고, 새해 첫날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공개한 편지에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적어 이를 사실상 공식화하기도 했어. 또 체포 당일 공개한 친필 입장문에서는 비상계엄의 선포 배경으로 다시 한 번 부정선거 주장을 장황하게 되풀이했어.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들이 많아. 개인의 취향, 성향에 따라 특정 콘텐츠를 시청할 수는 있겠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이런 극단적인 논리를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실제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한심하게까지 느껴진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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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밝히던 중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는 모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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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진실의 눈물?…그의 진심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권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면서 전날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울컥했어.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권 원내대표는 "어제 체포당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이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부분에서 멈칫하더라고. 그러면서 "의원 여러분의 마음을 제가 알고 있다. 얼마나 괴롭고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오르냐. 저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목이 멘 채 말을 이어가더라고.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은 어떤 관계야?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저의 오랜 친구"라고 표현했어. 1960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검찰 선후배 사이(권성동 사법연수원 17기·윤석열 23기)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로 알려져 있어. 윤 대통령의 외가가 있는 강릉은 권 원내대표의 지역구로, 윤 대통령이 어린 시절 방학에 외가를 찾을 때면 권 원내대표와 놀았다고 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의 길로 들어설 때도 공개적으로 만난 현역 의원은 권 원내대표였어. 그래서인지 권 원내대표는 "그래서 대통령 선거 당시 제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어젯밤에는 너무나 괴롭고 '내가 좀 더 잘할걸' 자책하면서 정치가 뭔지 깊은 회의를 느끼며 제대로 잠을 못 잤다"라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어.
-의원총회에 참석한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어?
-의원총회는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진행됐어. 권 원내대표 눈시울이 붉어지자 의원 대부분 아래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기도, 눈을 감기도 했고 일부 의원은 권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어. 아무도 소리 내서 대화를 하지 않았어. 원내대표는 인간 권성동으로서의 심경을 내비친 거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와. 원내대표로서 선 공식적인 자리에서 비상계엄 특검법을 발의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윤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게 적절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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