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근거 없는 위장공격 주장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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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당시 발생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배상하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베트남인 여성 응우옌 티탄씨(화면)가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항소심 승소에 따른 소감을 화상통화로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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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배상책임을 부과한 판결이 항소심에서 유지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1부(부장판사 이중민)는 60대 베트남 여성 응우옌 티탄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17일 항소를 기각하고 "정부가 3000만1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병 2여단(청룡부대) 1중대가 1968년 2월12일 작전 중 퐁니마을에 진입한 사실과 성명 불상의 일부 부대원들이 원고와 그 가족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을 총·총검 등으로 살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주민의 연령·성별·무장상태와 주월한국군 자료상 전무한 2여단의 피해발생 여부를 고려할 때, 교전상황·교전의심상황 등 살상행위의 위법성을 부인할 만한 사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가 배상청구권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장애사유의 조성·유지에 실질적·적극적으로 기여해 왔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며 배상책임 이행을 거절하는 건 권리남용에 해당해서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응우옌씨는 학살 당시 7세에 불과했다. 홀어머니는 국군의 공격으로 숨졌고,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재수교 이전까지 국교가 단절된 탓에 응우옌씨는 소송을 낼 수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사정을 장애사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다른 장애사유로 "정부가 베트남전부터 이번 소송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실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마치 객관적 조사로 확인된 것처럼 '위장공격(베트콩의 공격)' 주장을 반복했다"며 "정부가 중앙정보부의 1969년 해병 2여단 1중대 소대장들의 조사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증거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응우옌씨는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3000만100원을 위자료로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968년 2월 베트남전 당시 청룡부대가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마을 주민 70여명을 살해한 '퐁니사건'에 대해 배상하라는 취지다.
응우옌씨는 당시 학살로 가족 5명을 잃고 자신도 다쳐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자료 청구액 3000만100원은 판결이유가 있는 정식 판결문을 받아보기 위한 최소금액으로 정했다.
1심 재판부는 목격자·참전군인·민병대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한 끝에 2023년 2월 응우옌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정부의 배상책임은 응우옌씨의 청구액을 상회하는 4000만원으로 산정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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