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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 (일)

[우보세] 윤석열과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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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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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앞서 집무실에 도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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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면 견적이 나온다."

2021년 10월31일 KBS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10차 토론회. 윤석열 당시 예비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랜 세월 검찰에서 부패사건을 많이 다뤄왔다"면서다.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상대 후보를 범죄자로 낙인찍은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이재명 후보는 과반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한동안 이 대표와 마주앉길 거부했다. 이 대표를 범죄자로 예단했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범죄자와 정치적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검사 출신의 자존심이었을까. 결국 정국은 대화 없는 양 진영의 극한대결로 치달았다.

당정 관계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여당인 국민의힘의 수장은 10번 넘게 바뀌었다. 돌이켜보면 이준석 전 대표가 축출된 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1년도 안 되는 사이 두 번이나 스스로 당권을 내려놔야 했다.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서 폭발한 갈등은 결국 여당을 총선 참패로 몰고갔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야권은 총선에서 300석 의석 중 192석을 휩쓸었다. 압도적 의석을 앞세운 야권은 장관과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법안 강행 처리 등 입법 독주를 펼쳤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2년 넘게 남아있던 시점이다. 확정 판결까지만 기다리면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고, 여권의 정권 재창출도 유력해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윤 대통령은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12.3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서다. 이는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소추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일련의 정치적 혼란은 국가 경제에 충격파를 던졌다. 계엄 직후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 가까이로 치솟았다. 국가신용등급은 강등 위기에 몰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정치권이 갈등 해결이라는 본령을 망각한 채 고소, 고발, 탄핵 등 사법적 수단에 문제 해결을 맡기고 급기야 계엄이란 극단적 카드까지 꺼내든 결과다. 정치 실패의 책임을 사법부와 군이 떠안은 셈이다.

계엄까지 포함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단 한 사람의 손에 몰아준 현행 대통령 중심제는 과연 완벽한 제도일까. 로마가 1000년 넘게 번영하고, 미국이 오랜 기간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한 건 절묘한 권력 분립 제도 아래 견제과 균형이 효과적으로 작동했기 때문 아닌가.

국회에서 선출된 책임총리가 내치를 맡고, 대통령은 외치에 집중하는 이원집정부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로 죽고 죽이는 극한대결로 점철되는 양당제를 극복하고 다당제로 가기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도 고민해볼 시점이다. 이번 사태를 개혁의 기회로 삼아 우리 정치가 한단계 성숙한다면 올 겨울이 단지 악몽으로만 기억되진 않을 것이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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