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머이 이후 최대 규모' 정부 조직 개편 영향
'정보량 제한'… 언론에 대한 정부 입김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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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베트남 하노이 VTC방송국 전경. 이날부터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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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가 주요 방송국 채널 수십 개의 운영을 중단했다.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단행한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언론에 대한 정부 입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큰 국영 방송국 VTC의 13개 채널을 비롯해 보이스오브베트남(VOV) TV, 공산당 기관지 년전(인민) 산하 년전TV, 베트남통신사 산하 VNA TV 등 수십 개 방송이 전날 0시부터 송출을 중단했다. 현재 해당 방송사 채널을 켜면 검은 화면이나 ‘그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구만 나오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조직 개편의 일환이다. 베트남 내무부는 올해 초 18개 부처·4개 부처급 기관·8개 기타 정부 산하 기관 등 현 30개 정부 부처·기관을 14개 부처·3개 부처급 기관·5개 정부 산하 기관 등 22개로 재편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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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베트남 국영 VTC방송 채널이 중단된 가운데, 하노이 VTC 빌딩에서 한 남성이 쓸모가 없어진 장비들을 건물 밖으로 운반하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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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투자부가 재무부에, 교통부가 건설부에, 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부에 각각 통합되는 형식이다. 공공 서비스 인력을 20%가량 줄이고 국가 행정을 효율화하는 게 목표다. 베트남 정부가 1980년대 중반 개혁·개방(도이머이)에 나선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 조직 구조 조정이다.
다음 달 열릴 정기 국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인데, 아직 의회 통과가 안 됐지만 벌써부터 방송가 개혁에 들어간 셈이다. VN익스프레스는 “기능 중복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자와 편집자, 행정 직원 등 1,000명을 웃도는 방송사 소속 직원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VTC 뉴스 진행자가 14일 마지막 방송에서 “우리는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20년간의 사명을 마쳤다”는 고별사를 마친 뒤 오열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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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영 VTC 뉴스 진행자가 채널 공식 중단을 하루 앞둔 14일 방송이 끝난 뒤 슬픔에 잠겨 있다. 베트남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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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최대 방송국인 국영 VTV가 폐쇄된 방송국들의 ‘기능과 업무’를 대신 맡도록 지정했다. 앞으로 신문, 잡지, 출판사 수십 곳도 이와 유사한 폐쇄·합병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베트남의 모든 언론 매체는 당의 감독·통제하에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정부가 갑자기 매체를 없애더라도 반발이 쉽지 않다.
방송 채널 감축에 따라 앞으로 미디어에 대한 정부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국가가 통제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시청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더 극명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의 한 사회학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채널을 없애면 정보 제공량과 시청자의 선택권 모두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또 단일 채널에만 의존할 경우 보도 초점이 ‘정치’에 맞춰지면서 여성 권리와 교육 등 사회문제가 간과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집계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베트남은 180개국 중 최하위권인 174위를 기록했다. 이번 개혁은 2026년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 서열 1위 또럼 공산당 총비서(서기장)가 권력 강화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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