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상징은 능력…위기를 기회 삼아야"
당의 외연 확장 강조…"중도층 흡수해야"
"정상적 사회 만들고 싶은 꿈 변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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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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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신진환·이하린 기자] 수많은 상패와 멋스러운 액자. 창문 너머 한강이 보이는 탁 트인 전망. 이보다도 책상에 수북이 쌓인 각종 서류와 책, 신문에 눈길이 갔다. 고된 업무에 시달렸던 탓일까. 국가적 위기에 대한 걱정 때문일까.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안철수(62·4선·경기 성남분당갑) 국민의힘 의원의 낯빛은 다소 피로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경제와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외교와 안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내수 경기 침체로 서민의 고통도 크고 국민의 일상도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공감한 안 의원은 "위기는 곧 기회"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여당이 유능함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탄핵 정국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격변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중국이 배제된 글로벌 서플라인체인(공급망) 개편과 관세 정책 변화 등 한국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각도로 분석해 대응하고 국익 중심의 외교력을 발휘한다면 현재 위기의 국면을 바꿀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 의원은 "(여야가) 내부에서 싸우고 있지만 나라 바깥에 중요한 문제가 훨씬 더 많다. 시야를 좀 넓혀야 한다. 다 같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라는 걸 자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상징은 능력"이라며 "(당정이) 우리나라가 도약할 기회를 만들면 국민은 정권을 유지해 줄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민주당은 민생은 돌보지 않고 관심도 없다. 권력 쟁취에만 관심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시급히 할 일이 무엇인지 집중하고 실행을 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 심판 결론까지) 남은 짧은 기간 동안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는 다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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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나 "보수의 상징은 능력"이라며 대내외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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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소장파들이 목소리가 위축되는 것 같다는 말에 안 의원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내에서 탄핵 찬성파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고, 심지어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근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당이 더 발전하고 (의석수가) 과반이 넘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소신대로 정책을 펼치기에는 아주 열악한 환경이다. 이걸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와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행사했다. 부결 당론에도 '소신의 정치'로 눈도장을 찍었다. 급기야 지난 6일에는 "국가원수로서 현재 진행되는 재판과 수사에 당당하게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당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이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 과정 등을 문제 삼은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특히 당원들에게 소위 찍힐 가능성이 컸다.
그는 "제 지역구에서 저를 굉장히 원망하시는 당원분들이 있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란옹호당'의 프레임을 벗는 한편 여당이 재집권하고 하루빨리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당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외연 확장이 필수라는 것이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진보층과 보수층이 각각 40%, 중도층은 20%라고 봤다.
"우리끼리 똑같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강경한 사람들만 모인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그냥 뺏긴다. 그럴 수는 없지 않나. 현실화한다면 나라가 어려워질 거다. 이 대표가 결함이 많기에 (지지율이) 40%를 못 넘고 있다. 우리가 20%의 중도층을 전부 담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이길 수 있다. 그렇기에 강경한 분들에게 조금 의견이 다르더라도 중도를 이해하고 우리 편으로 만드는 노력을 부탁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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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나 모든 사람이 꿈꾸는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은 꿈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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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듯 야당에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수 의견을 받아들이고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루어내 결국 어떠한 정책을 이루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때까지도 그랬다고 본다. 하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이 보이는 행태는 민주주의 정당이 아니다. 한 사람(이 대표)이 결정한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전체주의다. 우리는 민주주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전체주의 정당과 싸우면 국민이 알아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의 정치 이력을 두고 평가는 분분하지만, 분명한 건 대중적 인지도를 갖췄다는 점이다. 계엄·탄핵 정국에서 여권 잠룡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더 큰 정치로 국민에게 보답할 의향이 없나'라고 물었다. 그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초심'을 언급하며 여지를 뒀다.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다행히 초심에는 변함이 없다. '정치는 봉사', '정치는 국민의 삶의 틀을 만드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고. '안철수표 새 정치'도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세금으로 자기편을 먹여 살리려는 게 가장 나쁜 정치다. 이런 일을 없애자는 생각은 더 명확해지고 있다. 제가 말한 '새 정치'는 기존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을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 삶의 틀을 제대로 만들고 우선순위를 더 힘든 분들에게 배분하는 것이 새 정치의 기본이다. 욕도, 비난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깨끗한 사람, 막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정치 인생 12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 제대로 줄 선 사람들이 새치기당하지 않는 사회, 열심히 일한 사람이 땀 흘린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 모든 사람이 꿈꾸는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은 꿈은 똑같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안 의원은 서울대 의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의대 교수로 재직했다. 컴퓨터 백신프로그램(V3) 개발자이자 인터넷 정보 보안 서비스 기업인 '안랩' 창업주로 유명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며 정계의 문턱에서 발을 돌렸다.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3년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서 출마해 당선된 이후 내리 4선을 지내고 있다. 2022년 3월 출범한 윤석열 당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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