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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휴전 후 남은 건 5만명 죽음과 폐허... 가자지구 주민 90%가 난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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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467일만에 휴전

조선일보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상 타결 소식을 접한 가자지구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신화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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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일 동안 전쟁을 치러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가 15일 휴전에 합의했다. 1년 3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양측 합산 5만명 가까운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부상하거나 삶의 터전을 잃었다. 양측의 역대 충돌 중 가장 격렬했던 이번 전쟁은 중동 전체를 불안하게 했고 전 세계에서 격렬한 찬반 시위를 촉발시켰다.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는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며 “휴전은 19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3단계 휴전안에는 6주간의 교전 중지,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포로 맞교환, 이스라엘군의 점진적 철수 등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성사 후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공격 중단 합의는 우리 국민과 우리의 저항,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의 자유인들이 이뤄낸 업적”이라고 했다. 다만, 이스라엘 극우파 일부가 휴전안에 반대하고 있어, 이스라엘 내각이 휴전안을 최종 승인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이스라엘은 16일 오전 안보 내각을 소집해 휴전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했다가 돌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가 이미 합의된 내용을 번복했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표결을 미루겠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를 부인했다.

이번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곧장 가자지구를 보복 공습했고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 그해 11월 22일부터 약 일주일간 휴전이 성사되며 인질 일부가 귀환했지만, 합의가 파기되면서 전쟁은 중동 전체를 격랑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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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수년간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을 비롯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일명 ‘저항의 축’ 무장 세력은 하마스를 돕겠다며 이스라엘 공격에 나섰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헤즈볼라 하산 나스랄라 등 지도부를 제거하며 헤즈볼라를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갔다. 하마스 역시 이스마일 하니예·야히아 신와르 등 수장을 잇달아 잃으면서 구심점이 약화됐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면서 전쟁은 변곡점을 맞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취임식 전까지 전쟁을 끝내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실제 트럼프 당선 20여 일 만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이 발효됐고,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도 취임 닷새 전 극적 타결됐다.

그러나 휴전이 순조롭게 이행된다고 해도 가자지구 통치권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휴전안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질 생존자들이 모두 석방되고,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가 성공할 경우 가자지구 재건이 시작된다. 그러나 재건의 주체가 누구인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재건을 주도할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PA는 팔레스타인의 또다른 아랍인 거주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통치 기구로 하마스보다는 온건하다고 알려진 조직이다.

휴전 성사 직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임시 통치권을 갖고 주요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국제사회가 감시하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내 안보 과제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통합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로 가는 길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채택된 후 국제사회가 지지하고 있는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 내 극우 강경파는 두 국가 해법은 물론 휴전에도 반대하고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도 2023년 11월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PA 통제하에 두는 데 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폭격으로 가자지구 전역은 완전히 폐허가 된 상태다.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약 90%가 난민이 됐고 주택 10채 중 9채가 파괴됐다. 교육·의료 시설 역시 대부분 공습으로 무너진 상태다. 지난해 유엔은 “가자지구의 무너진 잔해를 모두 치우고 재건에 돌입하려면 최소 2040년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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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김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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