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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초토화된 가자지구, 15개월 만에 평화왔지만…“학살 깊이 새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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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42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지지구 중부 다이르알발라흐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기뻐하고 있다. 다이르알발라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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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의 모든 것을 파괴한 15개월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 전쟁은 일단 멈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자 주민과 이스라엘인들의 삶에 평화가 찾아올지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3단계 휴전에 합의했으며 휴전은 19일 시작한다고 이스라엘 당국자 말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16일 오전 회의를 열고 휴전안 승인 관련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가 합의 일부를 파기했다는 이유를 들어 회의 소집은 일단 연기됐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 극우적 성향의 내각 관료들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번 휴전안은 단계적 이행을 뼈대로 하고 있다. 1단계는 42일(6주) 동안 이스라엘군이 일부 철수하고 양쪽의 인질과 포로 교환이 이뤄진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노인, 부상자 등 33명을 우선 석방한다.



2단계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나머지 생존 인질을 석방한다. 3단계는 숨진 인질의 주검까지 모두 이스라엘로 돌려보낸다.



평화를 보장하기에는 이르다. 3단계로 이뤄진 단계적 휴전안 중 최종 합의를 이룬 것은 1단계이며, 16일 뒤 2단계 이후 협상을 재개한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같은 이스라엘 극우파는 하마스 재건의 기회가 된다며 휴전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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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이 성사된 배경에는 하마스와 지원 세력 약화 그리고 곧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였던 2023년 11월 일주일간 하마스와 휴전했지만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줄기찬 휴전 중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전쟁을 오히려 확대해왔다.



지난해 7월31일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정치 최고지도자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암살됐다. 가자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공격하며 하마스를 지원했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군의 지난해 9월 융단폭격과 이로 인한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사망으로 세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이스라엘 기습공격 작전 설계자인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지난해 10월16일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것은 네타냐후 정부에 중대한 성과가 됐다. 결국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27일 헤즈볼라와의 휴전에 합의했고, 이후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집권 1기 때 극단적인 이스라엘 편향 정책을 펼친 트럼프 당선도 동력이 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이 임명한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보냈고, 이스라엘 총리실은 윗코프와 만난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을 공개하며 환대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휴전 성사 뒤 소셜미디어에 “이 웅대한 휴전 합의는 오로지 우리의 역사적 11월 (대선) 승리의 결과”라고 공을 자기에게 돌렸다. 또한 자신의 1기 행정부(2017년 1월~2021년 1월) 때 치적으로 꼽아온 ‘아브라함 협정’ 확대 의욕을 드러냈다. “이번 휴전을 동력으로 역사적인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할 것”이라고 적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적대하던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국가들과의 외교 관계 수립이다. 핵심은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인데, 가자 전쟁 발발 뒤 사우디는 협상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가자 전쟁 휴전으로 트럼프는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할 재료를 얻었다.



이는 종전이 된다고 해도 가자 주민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 이스라엘에 유리하고 팔레스타인에 억압적인 조처들을 미국에서 이끌어낼 우려가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당선 뒤 국제사회가 불법이라고 비판하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옹호하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로 지명하는 등 이스라엘 편향적인 정책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군은 협상 타결 이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 16일 오전까지 어린이 20명과 여성 25명을 포함해 최소 73명이 숨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휴전 발효까지 남은 사흘가량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 폭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 간부 칼릴 하이야는 15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과 지지자들이 467일 동안 저지른 야만적 학살 전쟁은 우리 국민과 세계의 기억 속에 현대사에서 가장 끔찍한 집단학살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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