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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4 (금)

"배달가격 더 비싸게" 속속 느는 이중가격제…배달앱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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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매장가보다 배달가 높게 책정

프랜차이즈 "배달앱 비용 부담"…배달앱 "소비자 피해 우려"

뉴스1

시민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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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일부 대형 가맹점(프랜차이즈)을 중심으로 매장 가격보다 배달로 주문할 때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면서 배달플랫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PC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일부 제품에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배스킨라빈스는 대표 제품인 아이스크림 대신 셰이크, 블라스트와 같은 음료와 디저트를 배달 주문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인기 메뉴 '엄마는 외계인 블라스트'의 매장가격은 5800원이지만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500원 더 비싼 6300원이다.

SPC 측은 배달 서비스 관련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했으며, 가맹점주의 요청에 따라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 등을 이유로 가맹본부 측에 이중가격제를 지속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BHC 등 치킨업계 역시 이중가격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 치킨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햄버거, 커피 등 몇몇 프랜차이즈는 이미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리아(롯데GRS), KFC, 파파이스, 맥도날드, 프랭크버거, 메가MGC커피, 한솥도시락 등이 대표적이다. 매장 가격과 배달 시 가격은 적게는 10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차이난다.

이들 역시 이중가격제 도입 이유로 '배달 서비스 비용 부담 상승'을 꼽았다. 한솥은 지난해 10월 배달앱 전용 판매가(이중가격제) 운영을 공지하는 안내문을 통해 "배달 플랫폼의 무료배달 서비스에 따른 각종 비용을 지속 인상하면서 가맹점의 수익이 남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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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시민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고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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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이 확산하자 배달앱들은 이용객 이탈을 우려한다. 배달로 시킬 때보다 매장에서 먹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배달 주문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중가격제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다수 프랜차이즈들은 자신들의 배달 서비스 비용 부담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공개하지 않은 채 제품마다 다른 인상률을 적용해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메뉴는 100원을 더 받고, 어떤 메뉴는 300원~500원을 더 받는다.

배스킨라빈스의 '엄마는 외계인 블라스트'를 예로 한 고객이 이 제품을 4개 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배달 가격은 2만 5200원, 매장에서 먹을 때는 2만 3200원이다. 프랜차이즈가 이중가격제 도입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중개수수료 인상(6.9%→9.8%)으로 인한 부담 증가는 1601원에서 2274원으로 670원 늘어났지만 소비자들에게는 2000원을 더 받는 셈이다.

이에 배달앱은 이중가격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정보 제공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진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부터 '매장과 같은 가격 인증가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가와 배달가가 같은 입점업체에는 '인증 배지'를 부여하는 형태다. 고객은 주문 전 이 배지를 보고 이중가격제 시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배민은 지난해 7월에는 이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시행하기도 했다.

이 제도마저도 업계 1위인 배민이기에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입점업체를 모아야 하는 후발주자들은 눈치를 보느라 시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쿠팡이츠와 요기요에는 유사한 제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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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배달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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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에서 배달앱이 입점업체들에 이중가격 표시를 강제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입점업체들은 자신들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중가격제를 중단하고 매장과 배달 시에 같은 가격을 도입하라고 강제할 수 없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중가격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중가격제를 소비자에 고지하지 않거나 뒤늦게 알리는 등의 행위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주장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21년 외식업체에 배달 주문과 매장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명확하게 알릴 것을 업체들에 권고한 바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이중가격제와 관련해 "최혜대우 요구(경쟁 플랫폼 대비 음식 가격이 비싸지 않도록 요구)와 이중가격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고, 우선 배달앱의 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메뉴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중가격제 도입을 공식화하는 것은 배달앱 수수료를 가격 인상 핑계로 삼은 것"이라며 "가맹본사 차원의 이중가격제 시행은 외식시장의 배달 수요를 줄여 영세 가맹점주가 피해를 입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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