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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 (일)

‘尹 방어권 보장’ 인권위 전원위, 시민사회·직원 반발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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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긴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시민사회 활동가와 야당 국회의원, 인권위 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세계일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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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권위는 오후 3시 올해 첫 전원위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하려 시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50여명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로 몰려들었다.

활동가들은 인권위 14층 전원회의장 앞에서 위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막는 방식으로 전원위 개최를 저지했다. 인권위 전원위 개최가 정족수 미달로 취소된 적은 있지만, 물리적 저지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활동가들은 ‘반인권 비상계엄 동조 안창호 사퇴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해당 안건 발의을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인권위 직원 50여명도 복도에 도열한 채 “내란수괴 옹호하는 긴급안건 철회하라” “인권위를 파괴하는 인권위원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직원들은 ‘무너지는 인권위 직원들이 지킨다’ ‘광기는 너의 것, 수모는 나의 것’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안 위원장은 이들의 저지로 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위원장실로 돌아간 그는 인권위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20일 전원위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이날 상정이 예정됐던 안건은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철회 등을 골자로 한다. 김 상임위원과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이 발의하고 안 위원장이 전원위 상정을 결재했다. 안건 공개 이후 시민사회와 학계에선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가 내란 세력을 비호하는 권고 결정을 시도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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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가진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과 야당 국회 운영위원들과의 면담에서 항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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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발의를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는 이날 회의장 출입을 막아서는 활동가들과 약 한 시간동안 선 채로 언쟁을 벌였다. 김 상임위원이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법관 쇼핑’을 했다” “내란죄 피의자들도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이어가자, 활동가들은 “내란세력들의 인권을 내세워 탄핵심판과 수사과정을 근거 없이 비난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이어 김 상임위원이 “(개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하자, 활동가들은 “계엄 세력을 옹호한 게 폭력”이라고 답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날 안건 상정 저지를 위해 인권위를 방문한 야당 의원들과 고성을 지르며 충돌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회의가 무산된 후 기자들과 만나 "문제의 안건은 허위사실로 가득 차 있다“며 “공동발의한 5명의 위원 중 철회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위원들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건이 완전히 철회되고 폐기될 때까지 계속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들은 인권위의 위상과 정당한 역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므로 (해당 안건을) 채택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헌법학자회의)는 해당 안건과 관련, 13일 의견서를 통해 “직접적인 인권 관련성이 없거나,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관들의 고유권한에 관한 사항을 충분한 기초 사실의 제공이나 엄밀한 논증도 없이 일방적으로 권고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한국인권학회·인권법학회 등 인권연구자 656명은 전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해당 안건을 발의한 5명의 인권위원과 이를 전원위에 상정한 안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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