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도입 항공기에만 의무 장착…미국 규정 적용 이전 제작
항철위, '마지막 4분' 재구성에 총력…CCTV·현장 기록물 등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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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포 걷어진 사고 현장 |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블랙박스에 충돌 전 마지막 4분이 기록되지 않은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는 전력 공급 중단(셧다운)에 대비해 블랙박스에 전력을 공급할 일종의 '보조 배터리'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서 운용되는 같은 기종(B737-800)의 절반 이상에도 이 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항공사들의 모든 기종에 대해 보조 전원 공급장치 장착 여부를 확인하고 보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6개 항공사가 운용하는 B737-800 기종 101대 중 56대는 비상시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 전력을 공급할 보조전원장치(RIPS·record independent power supply)가 장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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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정지 |
제주항공은 사고기를 포함해 총 39대 중 20대가, 티웨이항공은 27대 중 23대가 미장착 상태였다. 진에어는 19대 중 5대, 이스타항공은 10대 중 4대, 에어인천은 4대 중 4대 모두에 이 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채 운항했다.
대한항공은 보유한 2대 모두 RIPS를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RIPS는 항공기 전원 동력이 정지되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블랙박스에 10분 내외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다.
이번 제주항공 사고기는 2017년 2월 도입돼 이 규정을 소급 적용받지 않았다.
게다가 이 항공기는 2009년에 만들어질 당시 제조국인 미국의 관련 규정도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2008년 RIPS 설치를 의무화했으나 이 규정은 2010년 이후 생산되는 항공기부터 적용했다.
CVR에는 RIPS 설치가 의무지만, 국내외 운항 기준상 다른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는 이 장치를 달지 않아도 된다. FDR은 비행경로와 엔진 추력·출력 등을 기록하는데 항공기 전원이 꺼지면 기록할 데이터 자체가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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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음성기록장치 |
이번 사고기의 FDR과 CVR 둘 다에는 충돌 전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남지 않았는데, 이는 매우 드문 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에 따르면 블랙박스 기록이 사고 이전 멈춘 사례는 2006년 항철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의 항공 사고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항철위는 블랙박스에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고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무안공항 터미널 옥상과 활주로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사고 현장 목격자들과도 면담하는 한편 사진과 영상 자료를 제공받아 조사하고 있다.
항철위 관계자는 "CVR과 FDR 기록이 없기에 조사에 난항은 겪겠지만, 이들 자료에만 기반해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진행된다"며 "어떻게든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고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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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제주항공 사고 동일 기종 블랙박스 '보조배터리' 장착 현황 |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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