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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용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라스베이거스=최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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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5′에서 공개한 개인용 인공지능(AI) 수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츠(Digits)’을 두고 ‘놀라운 제품’이라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이 제품이 정말 좋습니다(I love this).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 모두가 개인용 AI 서버를 가질 수 있게 된 겁니다.”
황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도 손바닥만한 프로젝트 디지츠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 CEO가 극찬한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수퍼 칩 ‘GB10′을 탑재한 데스크톱 컴퓨터입니다. 이 수퍼 칩은 차세대 AI 블랙웰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미디어텍과 협업한 CPU(중앙처리장치)를 통합해, 데스크톱만으로 최대 2000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의 설명입니다. 매개변수는 AI 모델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수가 많을수록 AI 모델이 더 정교합니다.
오픈AI의 챗GPT 3.5 버전이 1700억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챗GPT에 준하는 AI 모델을 개인이 자유롭게 정밀 조정하면서 자신만의 고성능 AI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프로젝트 디지츠 2대를 연결하면 최대 4050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모델도 실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메타가 작년 7월 공개한 초대형 AI 모델 라마 3.1이 이와 같은 4050억개 매개변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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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6일(현지시각)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프로젝트 디지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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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3000달러(약 442만원). 이전까진 이런 대규모 AI 모델을 돌리려면 값비싼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수적이었지만, 이젠 데스크톱에서 모델을 개발하고 추론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 세계 수백만명의 AI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학생들의 책상에 AI 수퍼컴퓨터를 올려놓음으로써, 그들이 AI 시대를 이끌고 혁신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는 게 황 CEO의 포부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개인용 AI 컴퓨터’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선 과장된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적 해커 조지 호츠가 설립한 AI 서버 스타트업 타이니 코퍼레이션은 소셜미디어(SNS)에 “사람들이 ‘AI’라고 적힌 3000달러짜리 상자에 속아 넘어가려 안달이 난 것 같다”며 “엔비디아는 디지츠가 최대 1페라플롭(FP4 정밀도 기준)의 AI 성능을 보인다고 했지만, FP4 성능은 쓸모없는 마케팅일 뿐이며 더 실질적인 지표인 FP8 성능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500테라플롭스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엔비디아가 AI 연산의 정밀도를 나타내는 기준을 낮춰 숫자를 부풀렸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논쟁은 제품이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는 올 5월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 CEO의 생태계 확장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는 프로젝트 디지츠에 사용된 CPU 등을 개발자용보다 더 대중적인 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AI 개발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리눅스 운영체제(OS)와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윈도 OS를 통합할 솔루션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미디어텍과 협력해 설계한 CPU가 에너지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는데,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머지않아 이 CPU와 OS 통합 기술을 탑재한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황 CEO는 기자간담회 이후 진행된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데스크톱 CPU에 대한) 추가 계획이 당연히 있다”며 “OS 통합 솔루션 등을 활용, PC 제조업체를 통해 최종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인텔, AMD, 퀄컴이 장악하고 있는 소비자 및 비즈니스 컴퓨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새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입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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