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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중국 보따리상은 오지 마세요”…매출 반토막 각오하고 결단 내린 이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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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절반가량 의존했지만
워낙 싸게 팔아 손실 눈덩이
관계 끊고 체질개선 ‘올인’
업계 처음, 他면세점 주목


매일경제

서울 시내 롯데백화점 내 면세점에 쇼핑객이 오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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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업계 처음으로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최근 7년간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컸던 만큼 롯데의 이 같은 조치는 ‘중대 결단’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중국인 보따리상들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유통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롯데면세점의 전체 매출 중 중국인 보따리상 비중은 50%에 달한다. 이번 거래 중단은 앞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나는 걸 감수하더라도 수익성을 높여 흑자 전환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하면서 국내 면세업계에 입김을 키웠다. 2020년 코로나19로 입출국 관광객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하면서 면세점 매출은 사실상 이들이 쥐락펴락해왔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후 쌓인 재고를 처리해야 했던 국내 면세점들은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상품 정상가의 4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환급하는 조건으로 물품을 넘겼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큰 이윤을 남겼지만, 면세점은 팔면 팔수록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이런 영업 행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면세점들은 상호 합의로 2023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해 현재 35% 안팎까지 낮췄다. 하지만 수수료율이 수익의 마지노선인 20%보다 여전히 높아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엔데믹 이후에는 종전의 단체관광객보다 개별 관광객을 중심으로 CJ올리브영, 다이소 등 로드숍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며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달러 대비 원화값이 급락하는 악재도 겹쳐 면세점은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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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면세업계는 주요 4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롯데와 신라·신세계·현대 4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합산액은 1355억원에 달한다. 작년 4분기까지 포함한 연간 영업손실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이번 거래 중단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가 체질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과거 면세점이 볼륨 중심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폐지했던 마케팅 부문을 복원하고, 여기에 마케팅전략팀과 자유여행객(FIT)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등을 둬 역할을 세분화했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상품 운영을 효율화하고자 운영혁신 부문도 신설했다. 중국인 보따리상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 등으로 채우기 위해서다.

다른 국내 면세점들도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감축을 불가피한 생존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보따리상의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단번에 거래를 끊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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