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호텔신라 등 경쟁사는 신중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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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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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업계 최초로 따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호텔신라, 현대 등 경쟁사들은 당장 같은 전략을 선택하기보다는 시장 흐름을 보고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면세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따이궁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판매를 중단했다. 기존에 단체 코드를 부여한 법인 위주로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말 취임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의 결단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 면세점이 볼륨(규모) 중심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따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유통한다. 2017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에 반발한 중국이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한 뒤 활동 영역이 확대됐다.
국내 면세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연간 최대 규모인 24조8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배경도 따이궁과의 거래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따이궁과의 거래 증가는 면세점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재고가 늘어난 면세점이 따이궁에게 상품 판매가의 최대 50%를 수수료로 환급하는 영업 전략을 선택한 탓이다. 면세점이 팔면 팔수록 손실을 떠안게 된 배경이다.
손실이 점점 늘어나자, 면세점 업계는 2023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따이궁 수수료를 인하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수수료율은 30%대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 패턴이 면세점에서 올리브영 등 국내 뷰티 브랜드 로드숍으로 바뀌고, 원화 약세로 면세점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면세 업계는 매출 감소뿐 아니라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과 점포 효율화를 추진하나 흑자 전환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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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내 면세점 앞에 따이궁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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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은 따이궁 거래로 줄어든 매출을 내국인 관광객, 외국인 개별관광객, VIP 고객 등으로 채우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폐지한 마케팅 부분을 다시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따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면서 파장이 주목된다.
다만 시내 면세점 비중이 높은 롯데와 달리 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의 균형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경쟁사 입장에선 곧바로 따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궁 매출을 포기하는 건 매출 반토막을 감수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으나 면세점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가 약화한다"며 "면세점의 매입 경쟁력이 약화하면 신규 브랜드 유치와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따이궁 거래 중단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따이궁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30%대 이상의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하면서 따이궁에게 물건을 계속 넘길 수 없다고 본다"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등 따이궁 매출 감소분을 대체할 수요를 계속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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