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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 (일)

LA 화마 닷새째… 피해 규모 최소 200조원, "미 역사상 최대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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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6명, 실종자 13명… 수색 본격화되면 인명 피해 늘 듯
동시 다발 산불, 건조한 바람이 원흉… 서울 면적 4분의 1 피해
물 부족에 화재 진압 중단도…1.2만여채 손상, 4.7만가구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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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많은 유명 인사들이 살고 있는 맨더빌 캐니언으로 팰리세이즈 산불 불길이 확산되자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산불의 급속한 확산을 부른 강풍이 또다시 예보된 가운데 소방관들은 11일(현지시각) 세계적으로 유명한 J. 폴 게티 박물관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UCLA)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새로운 대피 경고를 내려 더 많은 주택 소유자들을 긴장시켰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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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LA 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며 화마가 잡히지 않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늦은 밤 기준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됐다. 1만2000채의 건물이 손상되거나 파괴돼 추후 수색 작업이 본격화되면 사망자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조한 날씨에 강풍 경고까지 발령돼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부 해변의 화재가 내륙으로 더 번지며 게티미술관 등 주요 명소를 위협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아큐웨더(AccuWeather)의 예비 추산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1350억~1500억달러(약 200조~221조원) 사이다. 미 역사상 가장 큰 재해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건조한 강풍에 번지는 화마… 서울 면적 4분의 1 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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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팰리세이즈 산불이 휩쓸고 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펏픽 팰리세이즈에서 불에 탄 주택들이 보인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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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LA 카운티 검시관에 따르면 북동쪽의 이튼 화재로 11명이 사망하고 서쪽의 팰리세이즈 화재로 5명이 사망해 사망자가 16명으로 늘어났다. LA 전역에서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 진화 작업이 더디다. 소방 당국은 산불이 동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항공기를 띄워 가파른 언덕에 물과 방염제를 투하하고 있다. 이날 오전 15만명 이상이 강제 대피 명령을 받았다.

LA 서쪽의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시작된 팰리세이즈 화재는 지금까지 약 93㎢를 태웠다. 이날 북동쪽으로 계속 번져 LA의 자랑인 게티센터를 위협할 정도로 불길이 가까워졌다. 소방활동은 심각한 물 부족으로 인해 일부 중단됐으나 캘리포니아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까지 진압됐다. 팰리세이즈 화재로 인해 팰리세이즈, 말리부, 브렌트우드, 산타모니카 등에서 수천명이 대피했다.

패서디나 지역으로 번진 이튼 화재는 15% 진압됐다. 대부분의 화기가 샌 가브리엘 산맥의 윌슨 산으로 올라타고 있다. 윌슨 산에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라디오 및 TV타워, 윌슨산 천문대가 있다. 소방 당국은 이튼 화재로 57㎢가 타버렸고 3000명의 소방관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튼 화재로 7000개 이상의 구조물이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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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마샬이 11일 팰리세이즈 화재로 소실된 로스앤젤레스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모친 소유 저택에서 넋을 잃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소방 당국은 12일 팰리세이즈와 이턴, 케네스, 허스트 4개 화재로 샌프란시스코 전체 넓이보다도 더 넓은 약 160㎢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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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칼라바사스 북쪽 샌 페르난도 밸리의 웨스트 힐스 지역에서 발생한 케네스 화재는 LA와 벤추라 카운티를 가로질러 불과 3시간만에 3.64㎢를 집어삼켰다. 11일 오전까지 4㎢ 넘게 타버렸고 90%가 진압됐다. 7일 샌 페르난도 밸리의 최북단 실마에서 발생한 허스트 화재는 LA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40.23㎞ 떨어져있다. 화재 이후 약 32.37㎢를 태웠고 11일 오전 기준 76%가 진압됐다. LA 북단에서 발생한 리디아 산불만 완전히 진화됐다.


부자 동네 강타한 산불… 캘리포니아 GDP 4% 증발 예상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산불 피해 면적을 모두 합하면 서울시 면적의 약 4분의 1이 넘는다. 특히 해변의 팰리세이즈 산불은 이날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번지면서 내륙의 주요시설을 위협했다. 소방관들은 LA의 명소 게티센터와 가까운 산자락의 맨드빌 캐니언에서 불길이 산비탈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막으려고 사투를 벌였다. 이 지역은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유명 인사가 거주하는 곳이다. UCLA 동쪽의 부촌 베벌리힐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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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화재로 불탄 스앤젤레스 웨스트힐스 구역의 언덕에 9일 불탄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남아 있다. 캘리포니아주 소방 당국은 12일 팰리세이즈와 이턴, 케네스, 허스트 4개 화재로 샌프란시스코 전체 넓이보다도 더 넓은 약 160㎢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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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람이다. 미 기상청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후 2시까지 LA 일대에서 바람이 다시 강해져 최대 풍속이 시속 75~89㎞에 이를 것으로 경고했다. 화재를 키운 것도 그레이트 베이신에서 해안으로 흘러가는 허리케인급 산타아나 바람과 극심한 가뭄이다. 지난 8일 일부 산봉우리에선 돌풍이 시속 144.84㎞를 넘었다. 13~15일 사이 바람이 더 거세지면 최종 피해 규모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현재 LA 카운티 내 4만7000여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치안도 불안하다. 버려진 집과 사업장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해 20여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화재가 인구밀집지역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대기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LA 북서쪽 해안은 대기질지수가 '위험' 수준으로 올라갔다.

아큐웨더의 수상 기상학자 조나단 포터는 "미국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산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화재가 하필 미국에서 가장 가치있는 부동산이 많은 LA 주변의 인구 밀집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산불로 인한 총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캘리포니아 주 연간 GDP(국내총생산)의 거의 4%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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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랩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상공에 '팰리세이즈 파이어' 산불로 인한 연기가 퍼져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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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협박에도… 캐나다·멕시코 화재 진압 지원

트럼프의 관세 25% 부과 협박에 소원했던 캐나다와 멕시코도 화마 진압에 손을 내밀었다. 캐나다는 LA에 에어 탱커와 수십명의 소방관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에어 탱커는 수 천 갤런의 방화제와 물을 지상의 산불 소방관에 전달할 수 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X에 "우리는 캐나다와 미국이 단순한 이웃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친구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그렇다"며 "캘리포이나는 우리가 북쪽에서 산불과 싸울 때 항상 우리를 지원해줬다. 이제 캐나다가 여러분을 지원해드리겠다"고 밝혔다.

멕시코도 그 뒤를 따랐다. 이날 이른 아침 소방대원을 파견하고 구조 활동을 지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X에 "우리는 관대함과 연대의 나라"라며 자국의 소방대원들이 "멕시코의 용기와 마음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게빈 뉴섬은 두 나라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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