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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 (금)

AI, 로봇으로 번진다···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미래[CE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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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전시관에서 참관객과 악수하고 있다. 노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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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노스홀. 참관객들이 너도나도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인기를 한몸에 받은 주인공은 유명 연예인도, 기업인도 아니었다.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G1’이 전시공간을 누비며 손을 내민 사람에게 다가가 악수했다. 손을 움켜쥐고 흔드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신기했다. 키 127㎝, 무게 35㎏ 수준의 보급형 로봇인 G1은 몸을 비틀고, 뛰어오르고, 계단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키가 180㎝에 달하는 이 회사의 또 다른 모델 ‘H1’은 지난 6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 무대에 다른 13개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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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G1이 악수를 청하는 사람에게 걸어가 손을 건네는 모습. 노도현 기자


지난 10일 막을 내린 CES 2025는 인공지능(AI)이 일상으로 성큼 들어왔음을 깨닫게 하는 기술의 장이었다. AI는 가전·모빌리티를 비롯한 모든 영역을 파고들었고, 이제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CES 현장에서 각양각색의 로봇을 만났다. 피부를 비롯해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갖춘 미국 리얼보틱스의 ‘아리아’는 또 다른 로봇 스타였다. AI를 통해 상대를 인식하고 대화하는 아리아는 그저 신기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참관객들에게 “같이 사진 찍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로봇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 인챈티드툴스가 만든 서비스용 로봇 ‘미로카이’는 대화는 물론 디스플레이를 통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뾰족한 귀를 가진 미로카이는 병원, 학교 등에서 환자와 학생을 돕고 감정을 케어할 수 있다. 반려동물 같은 모습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둔 로봇, 어린이 보행 재활을 돕는 등 몸에 장착하는 로봇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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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보틱스의 ‘아리아’와 인챈티드툴스의 ‘미로카이’. 노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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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개발에 보탬이 될 국내 스타트업들의 기술도 돋보였다.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전시관에 부스를 꾸린 학생 창업기업 ‘퀘스터’는 로봇의 정밀 손동작 학습에 활용 가능한 고성능·저비용의 손동작 추적 장갑을 개발했다. 단일 센서가 아니라 두 가지 이상 센서를 사용해 기존 기술 대비 성능을 높였다. 이정우 퀘스터 대표는 “로봇 손을 개발할 때 인간 손 움직임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며 “우리 기술이 데이터 확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모듈로’는 많은 개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로봇 개발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필수 부품인 모터와 링크(관절과 관절을 연결하는 구조물)를 모듈화한 로봇 개발 플랫폼을 선보였다. 다양한 형상의 로봇을 레고처럼 빠르게 조립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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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로 관계자가 로봇 개발 플랫폼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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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몸을 넘어 ‘머리’를 똑똑히 만드는 것은 국내 로봇산업의 과제로 꼽힌다. 이전까지는 로봇이 정해진 환경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AI 기술 발달로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최적의 동작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 국내 참가자는 “한국은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지금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국내외 기업 대표들은 로봇 산업을 미래 핵심 분야로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로봇 분야에서도 챗GPT와 같은 순간이 곧 찾아올 것”이라며 새로운 로봇 개발 플랫폼을 공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휴머노이드 계획이 빨라질 것 같다”며 “우리도 휴머노이드까지 같이 간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의 움직임이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으로 올해 CES에서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기업들이 혁신적인 신기술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콘셉트로 전시하거나, 이미 공개된 수준의 기술을 들고나와서다.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서 경쟁사에게 신기술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전략적인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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