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국 주유소 1만 644개…1년 동안 139개 줄어
'1원 경쟁'에 수익성 악화…전동화 추세로 위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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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지난해 5월 법원 경매에 등장한 부산 강서구 A주유소의 감정가는 2억 2027만 원이었다. 주유소의 투자 가치 하락 영향으로 세 차례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4번 만에 감정가 대비 51% 수준인 1억 1277만 원에 낙찰됐다.
'1원 전쟁'을 벌이는 주유소들이 수익성 악화로 해마다 줄폐업하고 있다.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눈덩이처럼 커진 금융 비용 부담에 경매로 넘어가는 숫자 역시 늘고 있지만 투자 가치 의구심으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영업이익률 1% 미만 비율 63.3%
11일 한국석유유통협회·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운영 주유소는 1만 644개로 1년 전(1만 783개) 대비 139개 줄었다. 지난 2019년(1만 1466개)과 비교하면 673개가 줄었다. 단순 계산으로 3일에 한곳씩 폐업하는 셈이다.
주유소 줄폐업의 이유는 악화한 수익성에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중 지난 2023년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63.3%로 조사됐다. 영업손실 답변은 18.5%였다.
2011년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소비문화가 짙어졌고, 경기침체와 고유가까지 맞물리면서 주유소 간 1원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구 소멸로 절대적인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도로 고속화 사업으로 국도를 지키던 주유소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1년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한 지역은 부산으로 4.4%였다. 서울은 2.5%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로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주유소의 경매행도 증가 추세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주유소 경매 진행 건수는 △2022년 103건 △2023년 119건 △2024년 155건으로 늘고 있다. 반면 투자 관심 지표로 해석할 수 있는 낙찰건수·낙찰률·낙찰가율·평균응찰자 수치는 모두 줄었다. 이중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99.8→83.5→69.5%로 급락세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가 폐업으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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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비용 1억 이상…지방 주유소 방치
주유소 경영주의 폐업 선택은 쉽지 않다. 건축물 철거와 토양 정화 비용에 1억 원 이상 필요해서다. 접근성이 부족한 지방에선 폐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방치되는 실정이다. 반면 입지가 우수한 서울에선 주거·상업시설로 재투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인근 SK주유소 부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3년 전에 주유소 문을 닫았다. 교통량이 많은 강남 핵심 입지도 수익성 악화를 막지 못했다. 지금은 분양가 최대 50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오피스텔의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주유소 위기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동화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어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2만 2775대로 전년(11만 5822대) 대비 6% 늘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유소를 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 현상과 투자비 과다 문제로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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