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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황희찬이 때아닌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0일(한국시간)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울버햄튼의 맞대결에서 국가대표팀 선배이자 동료인 손흥민이 토트넘의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자 조세 사 골키퍼에게 손흥민의 페널티킥 슈팅 방향을 예측해 알려줘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는 게 이유다.
토트넘과 울버햄튼은 지난 30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19라운드에서 두 골씩 주고 받아 2-2로 비겼다.
두 팀의 경기는 이번 시즌 첫 번째 프리미어리그 코리안더비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손흥민과 황희찬이 나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초 부상을 겪은 뒤에도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는 손흥민과 비토르 페레이라 신임 감독 체제에서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받은 황희찬의 타이밍이 맞은 덕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황희찬은 전반 7분 동료 라얀 아이트-누리가 넘겨준 패스를 날카로운 감아차기 슛으로 연결해 자신의 시즌 2호골을 터트린 반면 손흥민은 전반 41분 역전할 찬스였던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날렸다. 황희찬은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을 뽑아내 부활의 신호탄을 쐈지만 손흥민은 경기 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이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재계약에 서명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면서 심지어 "일부 팬들은 구단이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기를 바라는 중"이라며 손흥민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매체는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이 울버햄튼전에서 보여준 모습에 그다지 감명받지 못했다"며 "그들은 손흥민의 부정확한 크로스에 실망했고, 손흥민이 장기적으로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며 토트넘 팬들이 울버햄튼전을 보고 손흥민을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풋볼 인사이더'는 이어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의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서 "팬들은 이번 시즌 손흥민의 경기력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자 일부 팬들은 황희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달려가 황희찬에게 악플을 쓰고 있다. 손흥민이 현지 언론과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페널티킥 실축인데, 손흥민의 페널티킥 실축을 이끈 선수가 바로 황희찬이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울버햄튼 지역지 '몰리뉴 뉴스'는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차기 전 황희찬이 왼팔을 높게 들어올려 자신의 동료인 사 골키퍼에게 손흥민의 페널티킥 슈팅 방향을 알려준 덕에 사가 페널티킥을 선방할 수 있었다며 현재 SNS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을 보면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찰 준비를 할 때 하프라인 인근에서 역습을 대비하고 있는 황희찬이 라두 드라구신의 견제를 받으면서 팔을 번쩍 들어 사에게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확인된다. 왼팔을 뻗어 왼쪽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사에게 손흥민이 왼쪽으로 페널티킥을 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주는 걸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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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황희찬의 예상은 적중했다. 손흥민은 골문 왼편으로 슈팅을 시도했고, 사는 오른쪽으로 다이빙을 뛰어 손흥민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아냈다.
'몰리뉴 뉴스'는 이를 두고 황희찬이 그동안 손흥민과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동안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연습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을 거라며 황희찬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에게 힌트를 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황희찬이 대표팀에서 손흥민과 수 년간 함께 뛰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역시 이 영상을 조명하며 "토트넘과 울버햄튼이 2-2로 비긴 경기에서 황희찬이 그의 한국 축구대표팀 동료인 손흥민의 페널티킥을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라"면서 이 장면을 주목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일부 팬들은 황희찬이 국가대표팀 선배이자 동료, 그리고 같은 코리안리거인 손흥민의 득점 기회를 막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탓이다.
31일 황희찬의 SNS 인스타그램 게시글에는 "손흥민 킥 방향 알려주는 영상보고 헉 했다", "실망스러움...페널티킥 뒤에서 방향을 제시하는거...아무리 프로지만서도 같은 동료였는데...실망이야" 등 실망감을 드러내는 댓글은 물론 "다 좋은데 손흥민주장님의 골차는 방향은 골키퍼에게 알려주지 마세요. 페어 플레이 합시다. 이건 퇴장 받아야할 반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놈은 그냥 인간 아니다..골키퍼도 아닌 놈이 손흥민에 대해서 헛소리 쳐하고" 등 과격한 반응들도 보인다.
말 그대로 때아닌 악플이다. 황희찬과 손흥민이 국가대표팀 동료 사이이기는 하나 두 사람은 지난 경기에서 엄연히 적으로 만났다.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에게 상대가 차는 페널티킥 방향을 예측하고 알려주는 것은 규칙 위반이 아니며, 이를 따르는 것 역시 골키퍼의 선택이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단지 황희찬이 손흥민의 페널티킥 방향을 '예측'해서 알려줬다는 이유로 황희찬에게 악담을 퍼붓고 있다. 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는 '과몰입'이지만 지나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진=황희찬 SNS,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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