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H-1B 비자 제한해
신규 신청 거부율 24% 달하기도
입장 전향해 머스크 편들어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월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스페이스X 로켓 발사장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브라운스빌(미국)/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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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 발급되는 취업 비자인 H-1B 비자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슬로건 아래 있던 지지층이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일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손을 들어줬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트럼프의 오랜 지지자인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의 발언이었다.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에 임명된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이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자”고 주장하자 루머가 이를 두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에 직접 반대하는 견해를 공유하는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고 있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이민자인 머스크는 곧바로 크리슈난의 편을 들었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스페이스X와 테슬라, 그 외에 미국을 강하게 만든 많은 기업을 만든 중요한 인물이 지금 미국과 함께 있는 것은 H-1B 비자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정책 강경파들을 향해서는 원색적인 욕설을 섞어가며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와 함께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와 ‘AI·가상화폐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크리슈난의 입장을 옹호하며 힘을 실었다.
머스크가 전쟁을 선포한 직후 루머를 비롯해 뉴욕 청년 공화당원 클럽의 개빈 왁스 회장, 극우 뉴스 웹사이트 인포워스의 진행자 오웬 슈로이어 등 일부 보수 활동가들은 X에서 자신의 ‘공인’ 뱃지가 사라졌다고 지적하며 머스크가 이번 사건으로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H-1B 비자는 고용주의 보증 아래 기본 3년간의 체류가 허용되고, 추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국가별 쿼터가 있어 수년간의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한다. 머스크를 포함해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은 IT 인재에 대한 이민 절차 간소화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기 진영의 내분과 관련해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H-1B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며 “고도로 숙련된 근로자들의 합법적 이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머스크를 필두로 한 실리콘밸리 신흥 지지자들과 골수 지지자들 사이의 논쟁에 개입해 머스크를 편 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H-1B를 제한했었다. 실제로 H-1B 비자 신규 신청 거부율은 2018회계연도에 24%로 정점을 찍었다. 반면 조 바이든 현 행정부에서 거부율은 2~4%로 대폭 줄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지원으로 돌아선 실리콘밸리 인사들과 트럼프의 오랜 지지기반인 이민 강경파 사이에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갈등은 차기 대통령의 주요 정책 과제가 직면할 수 있는 어려움과 모순을 예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투데이/김나은 기자 (better68@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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