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협상 카드’ 쿠르스크 작전, 실패로 끝나나
“이미 반쯤 잃은 쿠르스크…몇 달 안에 내줄 듯”
우크라, 수세 부인…‘인해전술’ 북한군 변수 될 수도
러시아 국방부가 11월7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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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투입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급격히 불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쿠르스크 지역은 훗날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러시아는 빠른 종전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이 지역을 탈환하고자 공세를 강화해왔다. 쿠르스크 탈환전이 치열해질수록 북한군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점령한 영토의 절반을 잃었으며, 몇 달 안에 나머지 영토마저 잃을 수 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내달부터 더 본격적인 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며 내년 봄이 되면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퇴각하거나 포위당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쿠르스크 탈환전의 결과는 ‘시점’이 중요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공격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본토 내 쿠르스크 지역은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와 교환을 시도해볼 우크라이나의 ‘협상 카드’로 꼽힌다.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24시간 내 종전”을 강조해왔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 차가 첨예한 탓에 휴전 합의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들어 쿠르스크를 되찾으려는 러시아의 공세가 격해지면서 우크라이나군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짙어지는 잿빛 전망 속에서 사기가 저하되는 가운데, 쿠르스크 사수를 고집할수록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등에서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서울 면적의 1.5배가 넘는 쿠르스크를 사수하기에는 우크라이나의 병력이 충분치 않은 데다, 우크라이나의 기대와 달리 러시아는 탈환전을 위해 동부 전선의 러시아군 병력을 빼 오는 대신 북한군을 투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간부는 AP통신에 “문자 그대로 벌집을 건드린 것”이라며 “우리는 또 다른 분쟁 지역을 만들어버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휘관은 쿠르스크 영토를 잃었을 때 통신 지연이 발생해 일부 상부의 명령은 전황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포크롭스크 전선도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 모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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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크라이나는 자국군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를 공식적으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북한군 사상자가 3000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사망한 북한군의 일기와 사진 등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전투 경험이 적은 북한군은 무인기(드론)와 포격으로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군의 진군 속도를 늦췄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기본적 입장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 일주일간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과정에서 발생한 북한군 사상자가 1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이 대규모로 보병 작전에 나서는 ‘인해전술’을 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북한에 있는 가족이 보복당할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쿠르스크 탈환전에서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추가로 파병된다면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미국 관리는 신뢰도가 높은 정보는 아니지만, 북한군 8000명이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측은 북한군을 제외하더라도 러시아가 하루 평균 1200명 정도인 병력 손실을 당분간 보충할 정도의 여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하는 상황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이 같은 병력 보충을 당장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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