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혹… 해명은 했지만 의혹은 여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뉴시스

MBK 파트너스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SS) 부문이 고려아연과 관련된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에 대해 다시 해명을 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26일 MBK SS부문은 당시 한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논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받고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투자심의위원회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진행하는 바이아웃 부문과는 정보교류 차단막인 이른바 ‘차이니즈월’이 존재하기 때문에 SS부문 실무진 선에서 검토만 했던 자료가 바이아웃 부문으로는 넘어갔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무진에서 검토한 사항이 윗선에 보고되지 않고 중단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MBK 내부 자료에도 이를 반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해명이 어설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MBK SS부문의 주장의 핵심은 김병주 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등 4명이 포함된 투자심의위원회까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병주 회장은 MBK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가진 인물로, 두 부문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SS부문과 고려아연 간의 정보 연관성을 끊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MBK SS부문은 미공개 정보를 받았지만 실무진에서 사장되었다고 강조했지만 과거 자료에 따르면, 몇몇 임원들이 SS와 바이아웃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어 정보가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MBK의 규모와 시장에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실무진이 고객사의 중요 정보를 보고 없이 묻어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의 해명이 오히려 평판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해명이 바이아웃 부문에서 발생한 외국인 투자 논란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MBK는 고려아연과의 NDA 위반 의혹으로 금감원에 진정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며, 조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차이니즈 월’의 존재가 유명무실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의 불투명한 해명이 의혹을 더 키웠다고 언급하며,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MBK의 NDA 위반 및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조사 및 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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