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연착륙 청년상인 3人
맛-포장… 상품 업그레이드하고
이웃상인·손님과 좋은 관계 맺어야
● 전통시장 이점을 공략하라
전북 전주 신중앙시장 ‘맥반석손구이집’ 이현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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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인근 대기업에 다니던 맥반석손구이집 이 대표는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사무직에서 판매직으로 옮겨 겨우 숨통이 트였고, 일하면서 자기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결심한 것은 2021년. 장소로 아파트 상가 등을 알아봤지만 보증금이나 임차료 부담이 컸다. 전주와 서울의 시장에서 김 공장을 운영하며 판매도 하는 이모 부부에게서 조언을 얻어 전통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저렴한 비용보다 더 이 대표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시장의 ‘목적성’이었다.
“아파트 상가는 주로 산책 나온 고객이 가끔 들르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에는 무언가를 사러 온다는 목적이 뚜렷하잖아요. 그것이 (시장을 선택하게 한) 큰 차이였습니다.”
역시 회사에 다니다 2018년 27세에 미카129를 창업한 최 대표에게도 시장이라는 특성이 장소 선정에 한몫했다. 기차마을전통시장은 주변에 공원이 있고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어르신 손님도 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년, 노년층이 마실 나오듯 와서 편안하게 들를 수 있다고 본 것. 가까운 기차마을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도 전통시장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업그레이드하라
인천 간석자유시장 ‘달달호두’ 문지혜 대표(왼쪽)와 이현민 씨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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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간석자유시장에 달달호두를 개업한 문 대표와 남편 이현민 씨(40)는 각각 10년 경력 보험설계사와 자동차 영업사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계가 어려워지자 하던 일에 더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 처음에는 크로플(크루아상 반죽을 와플 기계에 넣어 구운 과자)을 생각하다 인기 좋은 붕어빵에서 착안해 호두과자로 결정했다. 커다란 자동기계가 아닌 수동기계로 만들 수 있고 포장 판매 전문이어서 투입 자본 대비 가성비가 좋았다.
팥소를 넣은 기존 호두과자뿐만 아니라 팥소와 버터를 함께 넣은 앙버터에 슈크림, 인절미같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사시사철 팔 수 있다고 생각한 호두과자가 의외로 계절을 탔다. 올 5월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함께 파는 카페 형태로 매장을 전환했다. 커피 손님이 늘면서 호두과자 판매도 같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전남 곡성 기차마을전통시장 ‘미카129’ 최재두 대표(왼쪽)와 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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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129 최 대표는 몇 년 전 중대 결심을 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었다. 곡성 대표 특산물은 전국 생산량의 80%가 나는 토란이었다. 주변에서는 한때 유행하다 사라진 ‘청국장 아이스크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무색무취한 토란이 우유와 섞이면 근사할 것으로 생각했다.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맛을 뽑아냈다. 여기에 더해 곡성군 홍보대사로 이 지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강레오 요리사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멜론 아이스크림 메뉴까지 곁들였다. 든든했다.
●주변 상인-손님과 시너지를 만들라
전통시장 청년상인은 주로 장·노년층을 상대하기 마련이다. 이웃 매장 주인이나 손님이 대부분 어르신이다.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가게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달달호두 문 대표는 연령층 높은 고객에게 친절함에 더해 친근함까지 제공하기 위해서 ‘맛보기’ 호두과자를 선보였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에게 공짜로 호두과자 한 알을 같이 내놓는 것이다. 커피 향과 어우러진 호두과자 맛에 많은 손님이 단골이 됐다. 그런 노력의 결과 개장 이후 지금까지 4명에게 호두과자 기술을 가르쳐 줬고 이 중에는 가맹점을 낸 사람도 생겼다.
미카129 최 대표와 신중앙시장에서 가장 젊은 맥반석손구이집 이 대표는 활발하게 상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 축제와 시장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다른 점포를 소개하는 등 시장 홍보도 빠지지 않는다.
최 대표는 곡성 장날을 알리는 콘텐츠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애쓰고 있다. 20대까지는 아니지만 30, 40대 손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찾기도 한다. 이 대표는 편의시설 개선과 고객을 위한 시장 로드맵 설치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인터넷 판매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청년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활용하라
문 대표는 개업 초기 단체 포장 주문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기존 포장업체에 문의하니 호두과자 포장지와 상자 단가가 너무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고민하던 차에 40세 미만 청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도약지원사업에 뽑혀 포장개발비를 받았다. 이 돈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크기로 상자를 제작해 지금까지 덕을 보고 있다. 이 지원금은 길거리 호두과자라는 인식을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간석자유시장이 소진공 문화관광형시장 지원사업 대상이어서 달달호두는 시장 행사나 축제 때 대표 매장으로 알려졌고 시장 살리기 프로그램에 추천되기도 했다. 또 시장 홍보 영상을 제작할 때도 먼저 소개됐다.
최 대표도 도약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매년 200만∼1000만 원 지원금을 받아 낡은 탁자 같은 집기를 교체하고 매장 인테리어를 개선했다. 또, 신제품 개발에도 사용해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 이 대표도 신중앙시장이 내년도 소진공 디지털 전통시장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다면 온라인 판매의 이점을 아직 잘 모르는 시장 다른 상인들의 온라인 진출을 더 돕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소진공에 바란다
전통시장은 최 대표나 이 대표처럼 자기 일을 해보고 싶거나 문 대표 부부같이 앞길이 잘 안 보여 새길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터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업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이 대표는 처음에 임차료 내기도 빠듯할 정도로 사나흘간 매출이 0원인 날도 있었다. 김을 섭씨 400도 맥반석에 굽는 일에도 숙달이 필요했다. 천천히 손에 익었다. 그러다 소진공 청년상인 대출을 받게 되면서 서서히 영업이 피게 됐다.
상인과 손님을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이라 부르는 문 대표는 기존 호두과자 틀을 벗어난 새로운 호두과자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최 대표는 “시장의 유동 인구가 적다 보니 애로가 있다. 젊은이가 많이 유입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가게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각자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 3인의 청년상인은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청년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접근성을 더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출 제도는 좋지만 제출할 자료가 많고 복잡해 자신처럼 혼자서 김을 굽고 손님 상대하고 그날그날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1인 가게에서는 대출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또 “청년상인 지원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1인 다역(多役)으로 바쁜 청년상인은 소진공 인터넷 홈페이지를 매번 상세히 살펴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알림’ 등록 같은 방식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소진공에서 새로운 지원 방법이 나오면 그때마다 상인 휴대전화로 알려주면 좋은 정책이 빛을 더 발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동기획 |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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