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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자년 걸릴 계산 5분만에...IBM·구글, 첫 상용화 타이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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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최신 칩 발표...2030년 양자컴 상용화 목표 청신호

5년 전 '양자우위' 달성 두고 다툰 구글-IBM

양자칩 '퀀텀 헤론' vs '윌로우'로 경쟁 2막 열어

신약개발, 차세대 물질 개발 더 단축시킬 것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 무력화는 시기상조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5년 전 양자컴퓨팅 기술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던 IBM과 구글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됐다. 두 회사는 불과 한 달 간격으로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을 담은 양자칩을 발표하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가속화하고 있다.

IBM과 구글의 경쟁은 2019년에 시작됐다. IBM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던 중, 미 항공우주국(NASA) 게시판에 기존 슈퍼컴퓨터가 1만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3분 20초 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바로 구글의 ‘시커모어’ 프로세서다.

구글보다 3년 먼저 양자컴퓨팅 플랫폼 ‘IBM Q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하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던 IBM은 즉각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구글이 양자우월성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블로그를 게시하기도 했다. 이는 2011년 세계 최초 상용화 양자컴퓨터 ‘디웨이브 원’ 이후 양자컴퓨팅 발전 역사에 기록된 중요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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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칩 IBM ‘퀀텀 헤론’(왼쪽)과 구글 ‘윌로우’.(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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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IBM과 구글은 2030년을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원년으로 목표로 삼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IBM이 큐비트의 안정적 확장에 집중하고, 구글은 큐비트 연결성과 낮은 오류율 확보에 중점을 두고 각각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두 기업은 상용화를 가로막던 난제를 해결한 양자칩을 연이어 공개하며 더 격렬히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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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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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구글, 칩 제조·설계 경쟁 점화

지난달 IBM은 최신 양자 프로세서 ‘퀀텀 헤론’을 발표했다. 이 프로세서는 IBM의 양자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인 ‘퀴스킷(Qiskit)’과 연동해 유용성 실험에서 이전 모델(112시간)보다 50배 빠른 2.2시간 만에 데이터 처리를 완료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IBM은 여러 양자칩을 연결해 큐비트 수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예를 들어, 1큐비트 100개를 지닌 양자칩을 연결해 200개 큐비트로 동작하도록 만들 수 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다.

구글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차세대 양자칩 ‘윌로우’를 공개했다. 윌로우의 핵심은 양자컴퓨터의 고질적인 문제인 오류율 증가를 해결한 점이다. 현재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가 10의 24제곱(셉틸리언) 번 반복되는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큐비트 수가 많아질수록 오류율이 증가하는 양자컴퓨팅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시간으로 오류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칩 설계와 제조까지 양자 기술 경쟁이 확장되면서 기술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사업 총괄 부사장(CQO)은 “헤론과 윌로우는 각각 안정성과 혁신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면서 “큐비트 기술 경쟁이 칩 설계와 제조 공정으로 확장된 것은 양자컴퓨터가 상업적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신약 개발, 차세대 물질 개발 등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단축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의 무력화나 범죄에 연루된 가상자산 수익 추적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이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시스템을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하재현 프레스토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양자컴퓨팅이 이론적으로는 블록체인 보안에 위협을 미칠 수 있지만, 현재 양자컴퓨팅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실제로 위협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양자내성암호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양자컴퓨팅의 위협에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크립토 댄 크립토퀀트 기고자는 “구글과 IBM이 2030년으로 예상하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양자컴퓨터의 등장에 대비해 양자 내성 암호와 같은 새로운 암호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도 양자 컴퓨터에 대응할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양자컴퓨터가 거래 내역을 바로 추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해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방식이 더 쉽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체인 데이터’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직접 기록되는 정보로, 누구나 열람할 수 있으며, 변경이나 조작이 불가능한 불변성과 분산 원장에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30년 양자컴퓨터 상용화 가능성↑

IBM 퀀텀 헤론과 구글 윌로우의 등장으로 2030년 목표였던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다는 해석은 섣부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 상용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김재완 연세대 양자정보기술연구원장은 “IBM과 구글이 각각 헤론과 윌로우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실생활에 유용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수천 배 더 많은 큐비트가 필요하다”며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030년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양자 기술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양자암호통신이나 양자센서 등 관련 기술을 지원할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지만, 양자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키아에서 많은 기술자들이 나와 설립한 양자컴퓨터 기업 IQM은 이미 20큐비트를 보유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 기업들이 양자 기술 투자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부 주도로 국립연구소 등이 몇 년 전부터 기술을 발전시키고 인력을 양성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업들이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기술과 인력이 다른 국가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데일리

(그래픽=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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