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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첼로 선율로 듣는 ‘겨울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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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박유신 새 음반 공개

‘사람 목소리’ 닮은 악기 첼로 연주

슈베르트 가곡 쓸쓸함 잘 표현

동아일보

첼리스트 박유신의 ‘겨울 나그네’ 음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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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박유신이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워너 레이블의 음반으로 내놓았다. 독일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와 함께 지난해 11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했다. 박유신은 “기존의 첼로 레퍼토리를 잘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의미 있는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첼로는 ‘사람(특히 남성)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로 통한다. 박유신이 독일 가곡집의 성악가 파트를 첼로로 연주한 음반은 2022년 슈만 ‘시인의 사랑’에 이어 두 번째다.

가곡의 성악 파트를 악기로 연주할 경우 두 가지 접근을 상상할 수 있다. 하나는 악기가 나타낼 수 없는 가사를 묘사적인 기법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사 내용보다 선율의 흐름을 중시하는 것이다. 박유신은 후자를 택했다. 음표 하나하나의 길이를 충분히 살리고 과장 없는 비브라토를 사용해 첼로의 순수한 음색을 끌어냈다.

곡 하나하나의 감성은 성악가의 노래보다 한층 큰 길이의 단위로 표현된다. 여기에 반주자 울리히와의 호흡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세 번째 곡 ‘얼어붙은 눈물’이 대표적이다. 감정이 한껏 고조되는 3절에서 템포를 바짝 당기고 강력한 첼로 선율로 곡의 마무리를 짓는다.

이 앨범의 녹음은 또렷하게 음상이 잘 잡혀 있으며 공간감이 잘 살아난다. 점차 쓸쓸해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초겨울 방 안에 마냥 틀어놓고 싶은 앨범이다.

독일 가곡집의 대표 레퍼토리인 ‘겨울 나그네’는 성악가들의 노래 외에 다양한 편성의 연주를 접할 수 있다. 첼로 연주로는 마틴 룸멜의 첼로와 노먼 셰틀러의 피아노가 함께하는 앨범이 대표적이다. 각 곡의 사이사이 내레이션도 나온다. 프란츠 리스트는 이 가곡집의 24곡 중 절반인 열두 곡을 피아노 솔로용으로 편곡했다. 피아니스트 레슬리 호워드가 연주한 음반이 사랑받고 있다. 성악부를 오보이스트 클라라 덴트 보가니와 바수니스트 벤스 보가니가 대신한 음반도 색다른 매력을 전해준다.

반주부만 피아노 외 다른 악기로 대체한 음반도 여럿 있다. 테너 크리스토프 프레가르디엔은 기타리스트 틸만 홉슈토크의 반주로 12곡을 녹음했다. 기타의 소박한 음색이 기대 이상의 따뜻함을 살려낸다. 프레가르디엔이 아코디어니스트 조지프 페트릭과 관악5중주 반주로 녹음한 음반도 있다. 테너 페터 슈라이어가 드레스덴 현악4중주 반주로 녹음한 앨범도 사랑받고 있다.

독일 작곡가 한스 젠더는 ‘겨울 나그네’를 현대적 앙상블 반주의 버전으로 편곡했다. 프레가르디엔의 아들인 테너 줄리안 프레가르디엔이 도이치 라디오 필하모니와 호흡을 맞춘 음반 등이 나와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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