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월)

8년새 뒤바뀐 운명…칼잡이 尹은 심판대, 변방의 李는 거야대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올 5월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해 처지가 뒤바뀐 인물들이 화제다.



尹, 임기 절반 돌고 탄핵 심판대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2016년 12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칼끝’을 겨눴던 그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8년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정으로 내몰렸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검사 윤석열'은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뒤 좌천됐다가 특검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가 이끈 수사팀이 파헤친 수사 결과를 토대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승승장구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고, 그다음엔 고검장을 건너뛴 채 검찰총장이 됐다.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와 갈라선 뒤에는 정치 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됐고, 대선에서 이겨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임기 2년 5개월가량을 남겨 놓고 이번엔 자신이 탄핵소추 대상이 됐다.

중앙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탄핵 뒤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의총 회의실에서 나오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韓, 호위무사 내려놓고 '탄핵가결' 외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당에서 퇴진 압박에 내몰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운명도 복잡하다. 특수통 검사였던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20년 인연이었다. 최순실 특검을 비롯해 수차례 손발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 대표를 초대 법무부 장관에 발탁됐고, 올 4월 총선을 앞두곤 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맡겼다.

하지만 한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삐걱대기 시작했다. 7·23 전당대회 후 대표가 됐지만, 윤 대통령과의 갈등은 더 커졌고, 12·3 계엄사태 이후엔 윤 대통령의 대척점에 섰다. 그는 계엄 선포 당일엔 야당과 계엄해제 의결에 동참했고,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는 “탄핵 찬성”을 외치며 탄핵안 가결의 물꼬를 텄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과 관련, 국정안전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李, 8년 전 변방 장수에서 대권 주자로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처지는 180도 바뀌었다. 8년 전만 해도 재선 성남시장이었는데, 이제는 탄핵을 주도한 거야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때 특유의 ‘사이다’ 입담으로 가장 먼저 “박근혜 하야, 탄핵”을 외쳤다. 이에 야당 강성 지지층이 열광하면서 이듬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선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현재는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 됐다. 이 대표가 15일 기자회견에서 국정 정상화와 혼란 수습을 강조한 것 역시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탄핵 국면 속 주연 같은 조연, ‘씬스틸러’들도 눈에 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년 전 탄핵소추안 가결 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탄핵소추 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2016년 12월 27일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권 대표는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본회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원내대표가 된 그는 14일 표결 때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여론을 지켜왔다.

8년 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탄핵소추안 자유투표 방침을 주도했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금은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대통령실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운명은 참 얄궂다”며 “윤 대통령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을 파면시킨 장본인격인데 본인이 헌재 심판대에 서게 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