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국민이 심판했다…진상 조사해 엄중 책임 물어야"
"재발 방지 위한 대책 필요"…일각에선 "안타깝다" 목소리도
국회 앞 빼곡한 응원봉 불빛 |
(전국종합=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시민사회단체는 대체로 '사필귀정'이라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정치권과 관련 기관에 당부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역사적인 이정표가 세워졌다"며 "국민의 뜻과 정의의 이름으로 윤석열 내란 수괴범의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시장·군수협의회는 입장문에서 "8년 만에 다시 차가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든 도민 여러분의 위대한 승리"라면서 "일상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서주신 도민 여러분께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도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선전포고한 윤석열을 국민이 심판했다"며 "윤석열에 대한 탄핵은 사필귀정"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 단체는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탄핵 결정을 해야 한다"며 "내란을 일으킨 우두머리 윤석열을 구속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내란 참가자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도 "탄핵은 헌법 기본 이념과 질서를 위반했을 때 내려지는 당연한 조치"라며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해도 민주 질서 회복을 위해 내란 우두머리 등에 대한 책임규명과 처벌 역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의회 의원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애초부터 발생하면 안 됐다"며 "안타깝지만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으며 국회가 아닌 국민이 탄핵안을 통과시켰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의결서 제출하러 온 정청래 법사위원장 |
시민들은 이번 계엄 사태와 유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하루빨리 나라가 안정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도한영 운영위원장은 "국회는 계엄 선포 과정에서 드러난 국무위원들의 책임 방기를 포함해 문제의 전모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다시는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가 유린당하지 않도록 제도적·입법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접경지로 민간인출입통제선 이북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해마루촌의 홍정식 이장은 "당분간 나라가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모든 국민이 탄핵 소추안 결과에 동요하지 말고 안정을 찾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은 "정치권이 먼저 이해관계를 떠나 시급히 머리를 맞대고 국정 안정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지방정부는 서민경제 회복과 취약계층 돌봄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민생 안정과 시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시민 여러분과 함께 춘천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이날 안정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은) 그동안의 혼란과 불안을 일단락 짓고 질서를 회복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것"이라며 "저를 비롯한 모든 교직원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활동에 어떤 외부적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학생 교육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굳건하다"며 "국정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흔들리지 않고 학사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응원봉 흔드는 시민들 |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경북대학교 대학생 모임의 김상천 대표는 "야당의 힘뿐만 아니라 광장의 힘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해 탄핵안을 가결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일련의 상황으로 20대 청년층은 위정자에게 정치를 맡기고 관심을 거두면 언제든지 민주주의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산적한 국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정치참여 행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 동성로 인근에서 만난 박모(68·여)씨는 "시국이 계속 시끄러우니 어쩔 수 없게 됐지만 솔직히 탄핵이 안 됐으면 했다"며 "계엄선포도 잠시 하고 끝내서 큰 문제도 없었고 대통령이 이렇게 돼서 주변에서 다들 안타까워한다"고 전했다.
(조정호 최수호 노승혁 김근주 양영석 류수현 정종호 백도인 정회성 변지철 이성민 이재현 박세진 홍현기 기자)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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