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겨우 작은 산 하나 넘어"…조국 "정권 교체해달라"
"한동훈 사퇴" 책임론 분출…최고위 4명 사의 표명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2024.12.1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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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지현 송상현 김경민 조현기 이비슬 한병찬 임윤지 신은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짧은 환호 후 담담함을 유지하는 야권의 시선은 이제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향하고 있다.
침울한 분위기의 여당은 탄핵 책임론이 분출하며 분열 양상이 뚜렷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사의를 표명하며 지도부 붕괴 수순에 접어들었다.
"국민이 오해하실 수도, 언행에 유의"…담담한 반응 내비친 野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재석 300인, 찬성 204인, 반대 85인, 기권 3인, 무효 11인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탄핵 결과에 따라 여야는 이같이 정반대의 반응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자, 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하며 권한대행 체제 정국 구상에 돌입했다.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을 유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특별한 감정의 동요 없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대표는 이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처리와 관련해 "이것이 승리는 아니다"라고 들뜬 당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가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갈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책임감 있게 신뢰 주는 당과 국회 모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변인은 "언행에 유의해달라는 원내 (지도부의) 당부(도 있었다)"며 "본의가 아니더라도 제3자가 보시기에, 국민이 보시기에 오해할 수 있는 언행들을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곧바로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대회 무대에 올라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4.12.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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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집회 모인 시민들에겐 "1차전 승리 감사"…조국 "정권 교체해달라"
이 대표는 국회의사당 앞에 운집한 시민들을 향해서는 다소 격양된 반응도 보였다.
그는 "윤석열 파면 처분이 가장 빠른 시간 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함께 싸워나가자"며 "국민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했다. 1차전 승리를 축하드리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우리가 충동적이고 우발적이고 부족한 그 특정인, 특정 세력에 의해 고통의 순간을 견뎌내고 있지만 국민들은 아름다운 불빛으로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이 나라 역사의 주인이 우리 자신임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바로 그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해냈다. 전 세계에 없는 무혈 촛불혁명을 이뤄낸 것처럼 다시 빛의 혁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우리 민주주의가 건강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이번에 확실하게 전 세계에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 우리 앞에 더 크고 험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며 "그들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다시 자신들이 지배하는 나라로 되돌아가고자 획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의 반격을 막아내고 승리를 향해 서로 손잡고 함께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며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이익을 위해 5200만 국민을 고통과 환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다시 갈등과 대결이 시작될 것이다. 여의도 안의 싸움이 현장 충돌로 확장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파면 결정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도 이번 윤 대통령 탄핵 가결과 관련해 "탄핵 소추는 시작"이라며 "국민들께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윤석열 탄핵, 처벌, 그리고 정권 교체를 완성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며 "제 역할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국민은 계속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2024.1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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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책임론' 두고 분열하는 與…"한동훈 사퇴해야"vs"尹이 약속 안 지켜"
여당은 이번 본회의에서 가결 결과를 받은 뒤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채 의원총회에 돌입했다. 현 사태에 대한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의원총회에서는 이번 탄핵 가결 결과에 따른 '한 대표 책임론'이 주요 의제로 올라왔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끝마친 뒤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그는 "오늘 결과를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심각한 불법 계엄 사태를 어떻게든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조기 사퇴, 질서 있는 퇴진을 심도 있게 검토했지만,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 정지시키고 상황을 정상으로 빨리 되돌리기 위해선 탄핵 가결이 불가피했다"며 "그래서 제가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가결을 독려한 것에 후회하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에 대한 직무 정지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며 "그 과정에서 나라와 국민만 생각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분위기와 관련해 "상당히 격앙돼 있다"며 "여러 가지 지적이 나왔고, 저에게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이런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여당 중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이번 탄핵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탄핵이라는 지옥문이 다시 열렸다"며 "탄핵을 찬성하고 나서면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 착각하는 우리 당 소속 몇 의원님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보수가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오합지졸로 전락한 데 대해 저 자신부터 돌아보겠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또다시 대한민국의 불행이 시작됐다"며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여의도 밖에서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을 중심으로 한 여권 인사들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한 대표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당의 폭압적인 의회 운영에서 비롯된 비상계엄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 지도부는 총사퇴하라"며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정비부터 해라"고 했다.
홍 시장은 "찬성으로 넘어간 12표를 단속 하지 못하고 이재명 2중대를 자처한 한동훈과 레밍들의 반란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전쟁은 지금부터"라고 했다.
홍 시장은 이어 "또다시 헌정 중단 사태를 맞이하게 돼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 그지없다. 탄핵소추안 가결은 유감"이라며 "이번 탄핵은 우리 당 두 용병이 탄핵당한 것이지 한국의 보수세력이 탄핵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페이스북에 "한동훈 체제는 총사퇴해야 한다"며 "소수 의석으로 거야에 맞서야 함에도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어 "야당도 국회 일당 독점으로 탄핵 남발 등 국정을 마비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차제에 개헌을 통해 7공화국을 열어가는 데 적극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도 이날 성명문을 내고 "한동훈 대표는 탄핵 가결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국민의힘에 더 이상 배신자는 필요 없다"고 했다.
특히 이날 의총에서는 장동혁·진종오·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출직 최고위원의 과반인 4명이 사의를 표하면서 한동훈 지도부 체제는 와해 수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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