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은 가결됐다. [이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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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이 대화는커녕,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않았던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장의 입에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야당 의원석에서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본회의장 앞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던 보좌진들, 개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국회 출입기자단 사이에서도 환호성과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본회의는 개회 수 시간 전부터 출입기자단이 방청석 앞에서 길게 줄을 늘어설 정도로 화제였다. 또 회의장 내부에는 평소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가까운 이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의원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여야 모두 엄숙함을 유지했다.
본회의는 우 의장의 개회 선언과 함께 오후 4시 6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단상으로 걸어 나와 제안설명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내란사태로 규정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가결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하는 제안설명을 20분간에 걸쳐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갔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개표가 진행 중인 모습. 오른편에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두 손을 모은 채 바라보고 있다. [이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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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제안설명을 하는 동안 서로 대화조차 나누지 않고 숨죽여 있었다. 본회의장과 방청석에 있던 사람 수가 수백명에 이르렀지만, 대다수가 말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앞선 법안처리 본회의나 대정부 현안 질의에서 여야가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여야 의원 일부는 책상에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거나, 고민에 빠진 듯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성호를 긋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는 의원도 있었다.
투표가 시작된 뒤에도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투표를 위해 나란히 줄을 서 있을 때도 사적인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은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 명패함에 명패가 떨어지는 소리, 투표 계수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본회의장에 울려 퍼질 정도의 적막이 계속됐다.
앞서 여당 내에서 탄핵안 찬성 의사를 밝혔던 김상욱 의원은 기도하는 듯이 두 손을 모은 채 개표 과정을 바라봤다. 이따금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은 자리에서 다리에 손을 올려놓고 가만히 정면을 바라봤다.
기이하게 여겨질 정도의 고요함 속에서 야당 의원 일부가 스마트폰을 꺼내 개표 과정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반대로 여당 의원 절반가량은 투표를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투표를 마치고 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눈 뒤 우 의장과 악수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순차적으로 입장하는 모습. [이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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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수와 명패 수가 모두 300개로, 재적의원 전원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발표됐을 때도 의원들은 굳게 입을 다물고 초조한 눈빛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우 의장의 결과 발표 직전, 민주당 소속 감표위원들이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긴장이 풀린 듯한 표정을 짓자 야당 측에서는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 의장이 투표 결과가 적힌 종이를 받아 든 뒤 굳은 표정을 지었을 때는 방청 중이던 기자단 사이에서 “부결이다, 부결인가보다. 표정이 안 좋다” 등 이야기가 잠시 오가기도 했다.
오후 5시 정각, 우 의장이 “총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라며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는 순간 그제야 야당 측에서 짧은 환성이 터져 나오며 54분간의 본회의가 마무리됐다.
다만 야당 측에서도 발표 순간에만 잠깐 탄성이 터졌을 뿐 이후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은 자제하는 듯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아니다. 책임감 있고 신뢰를 주는 당의 모습이 중요하다”며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고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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